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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이의 경험 미학과 마당극의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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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ewey’s Aesthetics of Experience and ‘Sin-Myung’ of Madangguk

박연숙

범한철학회 범한철학 제49집 2008.06 pp.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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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영어

This article was motivated by the problem that the western modern aesthetics focusing on the concept of disinterestedness can not properly analyze the aesthetic experiences of the Korean traditional theatrical performances. Since the modernistic turn in the west, the concept of disinterestedness has played the key role in the aesthetics. However, aesthetics based on the concept of disinterestedness has separated art and daily life strictly, considering the aesthetic experience only as a subjective mental state. If the aesthetic experience were understood that way, the appreciator of art would only be a passive receiver. But such an understanding of art can not hold valid regarding the aesthetic experience in general, especially regarding the unique experience of ‘Sin-Myung’ appeared in the Korean traditional theatric performances. In order to understand ‘Sin-Myung’ in the Korean traditional arts, we may need a new basis which allows us to see the continuity of art and daily life, interactivity of appreciator and works of art. In this article, I will try to propose John Dewey’s experiential aesthetics as such an alternative conceptual basis for deeper understanding of art experiences. As John Dewey saw it, our experience is a continuously interacting process with environments. Thus he considered the demand of being disinterestedness unattainable. Also he denied the notion of art experience considered as limited in mental states, and that of appreciator understood as mere passive receiver. Therefore, by supplementing modern aesthetics with John Dewey’s aesthetics based on his unique concept of experience, we can recover the lost continuity between art and daily life, and reestablish the active interaction between appreciator and works of art. Moreover such features as continuity of art and life or interaction between the appreciator and the works of art will lead us to the deeper understanding and higher evaluation of ‘Sin Myung’ which characterizes the aesthetic experience of the Korean traditional theatric performances.

한국어

본 논문은 무관심성을 토대로 한 근대 이후 서양 미학이 갖는 한계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8세기에 성립된 서양 미학은 전통 이성중심주의 철학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났다. 이성 중심의 철학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인간의 주관적인 심리 현상들, 예컨대 감각이나 상상, 감정 등이 새로이 강조되고 이성이 아닌 상상에 의해 수행되는 예술 활동에 주목하면서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이라는 의미의 ‘미학’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학’의 본래 뜻은 이성과 반대되는 감정의 전 영역을 기술하는 것을 의미하며, 감각적인 것의 자율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근대 미학에서 미적인 것의 완전한 독립과 미학의 자율성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는 미적 무관심성 개념이다. 칸트는 순수한 미적 경험이란 대상에 대한 실제적인 관심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관조적 관심이라고 본다. 미적으로 가치 있는 경험은 감각적 희열, 도덕적 개선, 과학적 지식, 개인 또는 사회의 유용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벗어난 대상의 형식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관조적 관심이다. 현대 미학을 대표하는 미적 태도론 역시 근대 미학의 무관심성 개념을 계승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한 지각의 방식’이 대상이 지니고 있는 미적 성질을 파악하는 필요조건이 라고 주장하는데 이 ‘특정한 지각의 방식’이 무관심성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관심성 개념을 중심으로 한 근대 이후 서양 미학은 인식적, 실제적, 도덕적 관심으로부터 미적 관심을 구분하여 미적인 것의 고유하고 전문적인 영역을 이끌어내 미학의 자율성을 확립하였지만 미적 경험이 일체의 관심을 배제한 채 대상 자체만을 지각할 때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무관심성을 바탕으로 한 미학은 무엇보다도 일상과 예술의 단절을 함축한다. 일상의 관심, 현실적인 관심을 배제하고 일상적 지각과는 다른 차원의 미적 경험을 주장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예술의 신비화로 빠질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무관심성을 근거로 한 미적 경험에서 감상자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관조자에 지나지 않는다. 미적 관조에서 감상자는 현실의 관심을 억제하고 적극적 의지로부터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동적 응시자가 될 우려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위험성을 지닌 미적 경험이 예술 일반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아가 감상자와 작품 간에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생겨나는 미적 경험을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미적 경험은 한국 전통 민속극의 ‘신명’이다. 본 논문에서는 서양의 대표적인 미적 경험인 카타르시스와 한국 전통 민속극의 미적 경험인 신명의 차이점을 논의하고 무관심적 개념을 근거로 한 미학과 대비되는 경험 미학의 가능성을 논의 해 보고자 한다. 신명과 카타르시스의 가장 큰 차이는 신명이 외향적인 반면 카타르시스는 내향적이라는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 들이는 내향적인 과정을 겪으며 그 체험의 표현 역시 내면화한다. 관객이 공포와 연민을 경험할 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무엇보다 먼저 극의 주인공에게 몰입한다. 관객이 극중 주인공에 몰입함으로써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극적 현실을 자신의 머릿속으로 끌어 들이고, 극중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몰락을 보면서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이입한다. 관객은 극의 해결에 이르러 극도의 긴장감에서 해방되게 되는데, 그 해방감으로 인한 에너지의 발산 역시 마음의 긴장을 놓아 버림으로써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흘러나오게 하며, 그 결과 내적인 평정과 정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러한 과정으로 볼 때 카타르시스는 내향적이고 내면적인 경향이라 하겠다. 그에 비해 신명은 에너지가 안으로부터 밖으로 뿜어 나오는 것이다. 억압된 생명력이 한꺼번에 풀어지는 것으로 안에 내재되어 있으되 일상적 억압에 의해 드러나지 못했던 생명력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다. 내재하는 생명력을 움직이게 만들어 터져 나오게 하는 신명에는 외적인 움직임이 작용한다. 외적인 움직임을 통해 내재하는 생명력이 움직일 계기를 갖는 것이다. 신명과 카타르시스는 미적 경험을 하는 감상자의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관객은 지정된 좌석에 앉아 감정의 고조와 해결을 차분히 안으로 정화하며 박수로만 답하지만 신명을 체험하는 관중은 외적인 움직임을 동반한 적극적인 반응으로 공연 내내 공연자와 교류한다. 신명을 체험한 관중은 공연이 끝날 때 어깨춤을 추기도 하고 공연자와 어우러져 혼연일체가 되는 놀이판을 벌이기도 한다. 신명은 내재하는 생명력을 밖으로 점점 강하게 내뿜으며 고조시킨다. 그리고 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서는 바깥세상과 자신이 하나가 된다. 신명과 카타르시스는 외부 세계와 갖는 일체감의 종류에 있어서 또 다른 차이를 갖는다. 카타르시스도 감정이입을 통해 주인공과 감정적 동화를 이루기는 하지만 그것은 직접적인 일체감과는 다른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감정이입에 의해 간접적으로 체험되는 것인 반면 신명은 직접적으로 체험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카타르시스가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어떤 사건을 매개로 하여 체험되는 것인 반면 신명은 플롯에 의해 구체적인 사건을 매개로 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외부 대상에 투사하여 즐거움을 얻지 않는다. 신명이 외부 세계와 ‘직접적’으로 일체감을 갖는다고 할 때 이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즐기는 것이다. 여기서 직접 자기 자신을 즐긴다는 것은 배우의 즉흥성과 그 성격이 동일하다. 배우에게 있어서 이러한 즉흥성의 근거는 희곡 텍스트에 종속되어 있는 연기가 아닌 바로 자신의 육체이다. 신명의 체험에는 육체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 전통 민속극에서 공연자는 정서를 바깥으로 내뱉고, 관중의 호흡도 적극적, 자발적으로 밖으로 내뱉는 방식으로 극에 개입하며, 어깨와 손뼉 등의 몸의 움직임을 수반한다. 카타르시스가 주로 머리와 마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체험이라면 신명은 마음과 몸의 어우러짐으로 이루어진다. 육체와 정신의 분리에서가 아니라 이 둘 간의 어우러진 통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린다든가 어깨춤이 절로 난다는 식으로 신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 육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당의 특성과 신명의 특성은 전통 서양 미학에 대해 반대하는 듀이 경험 미학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듀이가 전통 서양 미학에 가장 반대하는 지점이 일상과의 단절인데 마당극은 이와 정반대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듀이는 프래그머티즘의 새로운 경험 개념을 토대로 미학을 수립하였는데, 이를 본 논문에서는 '경험 미학'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듀이는 자신의 철학 사상을 '자연주의적 경험주의로 규정한 바 있다. 듀이가 말하는 경험은 이성과 대비되는 수동적 주관적 경험이 아니라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유기체적 경험이다. 듀이 이전의 미적 경험은 무관심성을 토대로 한 관조로서의 미적 지각이며 일상과 단절되고 수동적이며 고립된 경험이다. 그러나 프래그머티즘의 새로운 경험 개념인 유기체적 경험을 전제로 바라보면 미적 경험은 더 이상 무관심한 지각이 아니다. 유기체로서의 인간은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환경에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기체적 경험에 근거하면 미적 경험 역시 더 이상 일상과 단절되지도 않고 정적이지도 수동적이지도 않다. 경험 자체가 고립된 주관의 심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객관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기체적 경험 개념이 미학의 토대가 될 때 미학은 전통의 내면적이고 정적인 특성의 한계를 넘어선다. 예술가, 감상자, 예술 작품, 작품이 제시되는 환경 모두가 고려될 뿐 아니라 그들 간에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인정하는 것은 예술 작품에 일상과 괴리된 고립적이고 신비화된 관점을 거부하는 것이고, 감상자의 수동성을 거부하는 것이고, 예술가 또는 예술작품의 지위를 현실의 차원에 끌어 들여 공동체의 삶의 맥락 안에서 적극적으로 의미 부여를 하며 자신의 생명 기운을 북돋우는 것이다. 서양 전통 미학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존 듀이의 경험 미학이 ‘신명’을 이론적으로 지지하고, 무관심성 개념을 근거로 한 미학의 한계점을 ‘신명’으로 보완,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본 논문의 의의이다.

목차

요약문
1. 미학에서의 무관심성
2. 유기체적 경험
3. 존 듀이의 경험 미학
4. 경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마당'의 특성
5. 미적 경험으로서 '카타르시스'와 '신명'의 차이
6. 경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마당극의 의의
참고문헌
Abstract

저자정보

  • 박연숙 Yeonsook Park. 숭실대학교 교양ㆍ특성화대학 교수

참고문헌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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