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Aspects and meanings of parody in <Heungbossi>
초록
영어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finding out the aspects of parody in
한국어
본고는 채만식의 <흥보씨>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텍스트에 형상화된 세계의 특징을 분석하고, 도덕적 당위성과 의미가 중지됨으로써 발생하는 패러디의 의의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흥보씨>에는 작가의식과 직결되는 가치의 대립이나 당위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작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느냐’ 혹은 ‘문제 제기에 성공했느냐’의 여부가 아닌 다른 지점으로부터 패러디의 의의를 도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흥보씨>의 제비박 화소의 활용과 아감벤이 말한 “새롭고 가능한 사용”으로서의 놀이를 환유적 관계로 해석하여 패러디로서의 <흥보씨>의 가치에 접근하였다. 흥부전의 제비박 화소가 <흥보씨>의 제비삽화로 변용되는 과정에서, 제비가 땅에 떨어지는 사건이 계기가 되고, 선량한 마음씨가 동기가 되어, 제비를 다시 둥지 위로 올려준다는 행동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제 새끼라도 둥지 밖으로 밀어내버리는 제비의 습성이 새롭게 설정됨에 따라 그러한 형식이 ‘제비의 보은’으로 표상되던,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혹은 ‘선에 대한 권면’이라는 의미와 맺고 있던 관계는 해체되어 새로운 맥락에 위치한다. 특정한 행위나 존재는 기존의 서사적 기능으로부터 해방되고, 고전소설 흥부전을 통해 계승되던 도덕적 가치의 교훈적·정치적 효용은 중지된다. 즉, 고전서사의 문법에서는 원인(善)으로부터 결과(福)에 해당하는 의미가 도출되는 과정 자체가 규범화되어 ‘착한 사람은 마땅히 복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 질서가 고정되어 있었다면, <흥보씨>는 그러한 문법의 효용을 중지시키고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이에 <흥보씨>에서는 형식이 의미와 맺고 있던 관계가 해체됨에 따라 ‘~해야 한다’는 실천적 의미는 낯선 것으로 대상화되며, 고전의 교훈적이고 정치적인 의미 체계에 대한 비판적 거리가 발생한다. 이때 <흥보씨>는 다른 패러디 텍스트처럼 원본 텍스트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반전 또는 반대로 재확인시키거나 그에 대한 재성찰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것이든 독자적인 것이든 기존 해석의 효용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원본 텍스트의 교훈성 및 정치성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발생시키는 데서 패러디의 의의를 흭득한다. 즉, <흥보씨>는 가치판단의 척도가 무화됨으로써 흥부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텍스트로, 텍스트 해석이 고전에 대한 단순한 ‘다시 읽기’나 ‘새롭게 보기’가 아닌, 기존의 독자적이거나 전형적인 해석에 대한 ‘비판적 거리 유지’에 기반할 때 패러디 텍스트로서의 의의는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목차
1. 서론
2. 흥부전과의 비교를 통해 본 <흥보씨>의 세계
3. ‘형식-의미’ 관계의 해체
4. 결론
참고문헌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