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icle

영어

After fleeing to the South in 1948, Kim Gyu-dong emerged as a modernist member of the HuhBangi literary circle, a notable presence in the post-war history of Korean poetry. Since the 1970s, he has been recognized as a realist poet who focused on national literature, and as a pioneer of unification-themed poetry. This paper examines Kim Gyu-dong’s poetic world of the 1970s to 1980s, focusing on how he was a diasporic or exiled figure —someone who, despite his longing for his hometown, could not fully belong to either North or South Korea. Hero in Death published in 1977 is often regarded as a poetry collection where the poet, previously identified as a modernist, reveals his realist traits. However, this collection actually interweaves both realism and modernism as poetic methodologies. This blend reflects Kim Gyu-dong’s distinctive tendency to avoid being confined to a specific ideology or methodology. What stands out in this collection is the poetic imagery related to the nation and the mother, which emerges at the point of sublimating an ideological attitude towards death. Although both the nation and the mother are absent entities, through this absence, they attain a paradoxical meaning by being eternally bonded with the poetic speaker, thereby being reborn as new existences. In Kim Gyu-dong’s poetry, the nation and the mother exist as the Other, gazing at the self from within the subject. This presence compels the poet to view himself through the eyes of the Other. His embrace of the Other within the subject without erasing its otherness stems from the ethics of mourning, rooted in the impossibility of mourning the mother. In the 1980s, Kim Gyu-dong’s poetry focused on expressing a longing for his mother alongside a yearning for reunification. While he narrated the darkness of historical reality in a moderate tone, he fervently hoped for reunification as a hopeful event that could overcome this darkness. In his poetry, the image of reunification is often symbolized by the face of a baby. This representation suggests that, for Kim Gyu-dong, reunification is about opening a future for innocent life and advocating for the lives of the powerless and the vulnerable. For Kim Gyu-dong, embracing those excluded or oppressed by ideological boundaries was a practical means of realizing reunification. To him, reunification meant embracing the Other and realizing a form of love that accepts otherness. It was about reaching a state of peaceful coexistence where all lives could be defended alongside the Other. This is why Kim Gyu-dong’s poems from the 1970s to 1980s continues to hold contemporary significance.

한국어

1948년 월남한 김규동은 전후 문단에서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했던 시인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에는 민족·민중 문학을 지향하며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였고, 분단 현실을 비판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시세계를 전개해 나갔 다. 이 논문은 모더니스트에서 리얼리스트로 전환했다고 평가되는 시인 김규동 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남과 북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이산자로서 경 계인의 위치성을 지닌 주체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의 1970~80년대 시를 살펴 보았다. 김규동은 현실 참여적 태도를 보이며 민족·민중문학 진영에 동참하면서 도 일의적 민족이나 민중 이념에 함몰되지 않는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현실 참여와 예술의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월남의 주체이자 경계인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1977년 출간된 『죽음 속의 영웅』에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두 시적 방법론이 혼재해 있는데, 이는 특 정한 이념이나 방법론에 갇히지 않으려는 김규동의 균형적 감각을 말해준다. 또 이 시집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민족’과 ‘어머니’에 대한 시적 형상들이다. 현실 에서 부재하는 민족과 어머니는 그 부재로 인해 시적 화자와 영원히 결속되고 시인의 내면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역설적 의미를 획득한다. 김규동의 시 에서 민족과 어머니는 자기동일성을 강요하는 민족주의적 기표의 차원을 벗어 난다. 특히 어머니는 주체의 내면에서 그를 응시하는 타자로서 시인으로 하여금 타자의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게 만드는 존재로 남게 된다. 김규동은 어머니에 대한 애도를 완수하지 못하고 지속함으로써 타자의 명령에 귀를 기울이는 윤리 적 태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1980년대에 출간한 세 권의 시집에서 역력히 나타난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 리움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다. 김규동은 온건한 어조로 역사적 현실의 어둠을 이야기하는 한편 그 어둠을 극복할 희망의 사건으로써 통일을 염원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통일은 아기의 얼굴로 형상화되곤 하는데, 이는 시인이 상상하는 통일이 무구한 생명의 미래를 여는 일이자 힘없고 가여운 존재의 삶을 옹호하 는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념적 경계를 비롯한 또 다른 경계들에 의해 배제되 거나 억압당하며 타자화된 이들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통일에 대한 염원이 윤리적 차원의 실천임을 확인하게 한다. 그에게 통일이란 타자를 끌어안고 이질 성(타자성)을 수용하는 사랑의 실현이었으며 타자와 더불어 모든 생명을 옹호할 수 있는 평화로운 공존의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었다. 민족·민중 시인으로 평가 되었던 김규동의 1970~80년대 시세계가 현재적 의의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은 이념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한 그가 민족·민중의 동일성을 극복하고 윤리적 차원 에서 통일에 대한 시적 상상력을 전개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