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영어
This study examined the characteristics of the narrative style of the self-life record
한국어
본 연구는 17세기 유력한 남인 가문의 종부였던 한산 이씨의 생애 기록인 『고행록』의 서술 방식의 특징과 가문에서 전승된 역사화 과정의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고행록』숙종 당시 중견 관료였던 유명천의 부인 한산 이씨가 회갑을 앞 두고 쓴 기록으로, 남편의 세 번의 유배 생활과 평생에 걸친 자신의 질병, 자녀들 과 며느리들의 죽음 등과 같은 비극적 사건들을 간략하고 객관적인 서술 태도로 전하고 있다. 이러한 『고행록』은 현재 한산 이씨의 친필본과 후손들이 베껴쓰기 한 전사본(轉寫本)의 두 가지 방식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고행록』축약되고 객관화된 서술 방식의 특징과 자 료 전승의 과정에 주목하여 텍스트의 성격과 특징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 했다. 우선 『고행록』서술방식의 특징으로 ‘일지 성격의 기록성’과 ‘사건 및 감정의 핵심 축약’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하고, 전체적으로 사건의 서 술 밀도가 균형 있게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씨의 『고행록』이라는 생애 서사가 사전에 잘 계획되고 준비된 상태에서 집필된 체계 적인 자기 서사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러한 한산 이씨의 생애 기록은 가문 차원에서 전승될 때에는 또다른 의미로 전유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우선 이씨 사후 15년 뒤 유경종이 기문 (記文)을 쓰고 이후 170년 후 유원성이 또 다른 기문을 추가한 뒤 각각의 언해 문을 제작하여 덧붙였다. 이러한 후손들의 추가 기록은 정경부인이라는 영예 로운 직첩을 받았던 한산 이씨의 기록을 통해 침체된 가운을 북돋우고 가문 구성원들의 결속력과 자긍심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고행록』의 필사 과정에서 가문의 여성 후손들이 세상에 거명되고 그 들의 문식과 교양에 대한 자부심이 표현되며 ‘글쓰는 여성’들의 계보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차원에서의 가문사적 의미화라고 보았다. 이를 통해 『고행록』은 텍스트 자체의 의미를 넘어서 문중 여성들의 문화적, 지적 소양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목차
Ⅰ. 서론
Ⅱ. 한산 이씨의 생애 및 『고행록』의 주요 내용
Ⅲ. 『고행록』의 서술 방식 - 일지 성격의 기록성 및사건과 감정의 핵심 축약
Ⅳ. 『고행록』에 대한 가문사적 의미화 과정
Ⅴ. 결론 - 양반 여성의 자기 서사와 가문사적 전유
<참고문헌>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