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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림전>은 여성 주체인 방관주와 영혜빙이 동성 결혼이라는 금기시 된 소재를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중세적 지배 질서에 강한 충격을 던지는 작품으로 고전소설사에서 주목되었다. <방한림전>은 신분제 계급 사회에 서 국가의 존속에 기초적 토대를 제공하는 결혼 제도가 작중 두 여성에게 구속과 억압의 굴레로 작동하면서 빚어내는 고난과 고뇌의 흔적을 살피게 한다. <방한림전>의 여성 주인공 방관주와 영혜빙의 동성 결혼은 실행 가 능한 대상으로 상대를 선택한 것이기에 가능했으나, 근본적으로 각자 의도 한 것에 차이가 있었다. 이점은 방관주와 영혜빙 두 여성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정체성에 대한 두 여성의 대응 방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방관주는 여성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고 남성 정체성을 모방하는 과정에 서 주체성을 전유하고 획득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다. 반면 영혜빙은 여성 에게 강요된 정체성을 거부하되, 이를 대외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역설적으 로 결혼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여성 앞에 주어진 삶의 선 택지가 편입 또는 저항 둘 중에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며, 여 성의 주체성 획득이 여전히 난망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 지만 <방한림전>의 두 주인공 방관주와 영혜빙은 주어진 정체성에서 끊임 없이 벗어나고자 시도한다. 때론 그 방식이 편입과 저항뿐일지라도 이는 결 국 여성에게 주어진 억압과 구속에서 살아나 주체로 서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선 두 여성 모두에게 동일하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상호 의존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정체성의 근저에 결혼이라 는 제도가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주지할 필요가 있다. 방관주와 영혜 빙의 상반된 반응은 결혼 제도가 가진 권력적 위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본고는 <방한림전>을 둘러싼 정체성과 주체성의 문제에 관해 제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에 해당된다.
목차
Ⅰ. 머리말
Ⅱ. <방한림전>에 나타난 여성의 정체성과주체성 획득 양상
1. 남성 정체성의 모방을 통한 기득권의 전유 : 방관주
2. 여성 정체성을 강요하는 제도에 대한 저항으로 주체성획득 : 영혜빙
Ⅲ. 조건적 상호의존성으로서 주체되기와 살아남기의 의미
Ⅳ. 맺음말
<참고문헌>
Abstra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