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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매우 일반화된 비평 방법의 하나인 페미니즘 비평은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후반 남성평론가들에 의해서 처음 소개되었다. 1977년 2학기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자인 김우창 교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페미니즘 비평을 강의하였다. 그때 서울 시내 여러 대학에서 청강생이 몰려올 만큼 그 강의는 센세이션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1977년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이라는 교양과목이 신설되면서 불문학자인 김치수 교수도 페미니즘 비평을 소개하였다. 외국문학을 전공한 남성평론가들에 의해 페미니즘 비평이 소개된 것은 그 당시 대학에서 이를 강의할 여성학자들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케이트 밀렛(Kate Millett)의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1970)이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김우창 교수의 강의에서였다. 그즈음 케이트 밀렛의 책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실존주의 페미니스트인 시몬 드 보브아르(Simone de Beauvoir)의 『제2의 성』(1949)이나 미국의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의 『여성의 신비』(1963) 등도 국내에 번역되어 페미니즘의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페미니스트이자 작가이고 화가이기도 한 케이트 밀렛 Kate Millett)은 비평적 차원에서는 여성이미지 비평을 창시한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이자 페미니즘운동의 차원에서는 급진주의자로 평가된다. 1934년 미국의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그녀는 미네소타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1970년에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을 컬럼비아 대학의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녀의 급진적 사상에 미국사회는 찬반양론으로 갈라져 큰 논쟁에 휩싸였다. 그로 인해 그녀는 컬럼비아대학에서 파면 당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하지만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녀를 표지인물로 선택했으며, 그녀는 이 저서 한 권으로 페미니즘 비평의 대모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사회분야의 20권 가운데 한 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여성운동가들의 바이블로 널리 읽히고 있다. 케이트 밀렛은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 이외에도 『시타(Sita)』(1974), 『비행(Flying)』(1979), 『베이스먼트(The Basement)』(1979), 『정신병원 여행(The Loony-Bin Trip)』(1990), 『정치의 잔인성 The Politics of Cruelty)』(1994)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