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한국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지구촌시대에 있어서 인류의 공통과제는, 이문화 이해에 대한 적극적 태도의 양성과 세계적 시야와 전망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문화와 여러 이문화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상호이해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고, 둘째 새로운 문화와의 접촉에서 경험하는 문화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이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이고, 셋째 학교나 직장에서 교육을 통해 실제적 이문화간 대인관계나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양성하는 것이다. 특히, 유학생이나 해외주재원, 국내의 다국적 기업관계자 등에 요구되는 대인관계와 교섭, 문제해결의 능력을 양성하는 일은 시급한 일이다. 일본인의 하지나 `세켄테이(世間體)` 의식에 뒷받침된 사고와 행위, 특히 대인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연구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일본인의 사고와 행위, 특히 대인관계의 배후에 내재된 하지와 쓰미라는 문화적 규준에 대해, 몇 가지 관점에서 기존의 논의들을 분석적으고 검토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과 한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 서양의 쓰미의식에 기초한 하지의 문화유형론적 대비틀로는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일본의 하지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행위기준의 외재성과 내재성에 따른 하지와 쓰미의 구별은 서양의 종교적 윤리관에 근거한 것으로서, 세속적인 윤리규범인 하지를 동일선상에서 대칭적으로 비교한 방법상의 오류를 범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양의 쓰미와 일본의 바츠(罰)라는 동계변이를 크로스 체크함으로써(이 점에 대해서는 서양의 `하지의식`도 포함), 이질대비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딕트가 규명한 `하지(사쿠다의 公恥)`는 일본인의 특이한 대인관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에 여전히 유효한 개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민속용어(folk term)로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세켄테이`의 개념과 그것에 규제되는 대인관계의 일반적 성격에 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하지와 쓰미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가 거의 모두 사회심리학이나 지식사회학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실제 일본인들의 생활장면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평가되고 있는가에 대한 현장론적 접근과 분석이 요구된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논의들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보다 엄밀한 가설을 세우는 데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대한 체면의식이라면 한국사회도 일본사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글에서 밝혀진 하지와 쓰미에 관한 문화유형론의 특징과 한계들이, 사회구조상 여러 가지로 유사한 점이 많은 한국과의 동계변이의 크로스 체크(비교연구)에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