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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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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붐을 타고 집필된「만주/조선의 이모저모」이란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직접적인 체험기로서 당시의 일기 서간 등과 함께「조선/중국인」에 관한 나쓰메의 생각을 짚어 보는데 매우 유효한 자료라 하겠다. 이 여행에 앞서 나쓰메는 2 년여간의 런던 생활을 경험하는데 당시 나쓰메가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느꼈다는 것은 메이지 34·5년경의 일기와 서간을 통해서 확인된다. 이를 계기로 나쓰메가 일본의 근대화 및 동양과 서양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많이 생각하게 되고 상대주의자로 성장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이에 비하면「조선/만주」여행은 당시 나쓰메에게 일상으로부터 탈출이란 가볍고 짧은 여행인 점도 있어서 오랫동안 나쓰메 연구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몇몇 논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국민작가로서 명성이 높은 나쓰메를 무작정 감싸고 보려는 듯한 논조가 많은 것을 보면「만한」을 둘러싼 논란은 좀더 지속될 것 같다. 어쨌건「조선/만주」여행은 짧았지만 나쓰메 세계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점이 인정되는데 무엇보다도 이 여행이「조선/만주」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에 행해진 것으로 나쓰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보고자 했는지가 흥미롭다 하겠다. 본고에서는「만한」에 나타난 나쓰메의 이국/이국인에 대한 생각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연 균형이 잡힌 상대주의자 또는 평등주의자의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런던 유학 중에 남긴 여러 가지 자료와 함께 비교 분석해 보았다. 이 때 나는 아무리 나쓰메라 할지라도 한번 확보된 상대주의적 시선이라는 것은 입장이나 상황이 바뀌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기본 생각으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나쓰메는 서구 열강과 일본의 관계에서는 철저히 상대주의자적 면모를 보여 주면서도 일본제국과 아시아 제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독자들을 차별적 시선으로 유도하는 표현을 일삼아 결국 입장 변화에 따라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마는데 이러한 나쓰메의 모순된 일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대개의 지식인이 서양화=근대화란 틀에 집착하여 단지 수박 겉 핥기 식의 외적 개화에 들떠 있을 며 나쓰메는 드물게 상황을 비판적으로 주시한 지식인으로 일본인/일본문화에 의한 독자적인 내적 근대화를 주창하고「자기」를 중심에 둔「자기본위」의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했는데 이러한 나쓰메의 자각과 노력은 마땅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