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The Villains in the Nation-Melodrama : Japan(ese) in Toji
초록
한국어
이 논문의 목적은 박경리의 장편 대하소설 『토지』를 멜로드라마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토지』는 강렬한 파토스, 과도한 감정, 도덕적 양극화 같은 멜로드라마의 요소 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악랄하고 잔인무도한 악당들과 영웅적 초인들의 대결이 『토 지』의 기본적인 서사문법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도덕적 양극화이다. 선(인)/악(인) 의 선명하고도 가차 없는 이분법은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이 소설에서 조금도 변치 않 는 원칙이다. 이 선악의 선명한 양극화는, 뜻밖에도, 아니 당연히, 양적으로 방대한 이 소설의 내부적 밀도를 매우 느슨하고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 양극화된 세계 속에서 선(인)의 무리는 만주벌판을 누비는 독립투사들, 지하에서 암약하는 혁명가 들, 그리고 일본(인)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과 혐오감을 간직하고 있는 다수의 민중이 며, 악(인)의 무리는 소수의 일본(인)과 ‘친일파’들이다. 이 멜로드라마의 세계 속에서 궁극의 승리를 향해 가는 선(인)의 총칭(總稱)은 ‘민족’이다. ‘민족’ 또는 ‘조국’은 선(인)의 근거이며 또한 종착지이다. 다시 말해, 출발점이자 회귀점으로서의 ‘민족’은 이 멜로드라 마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토지』를 민족-멜로드라마로 명명한 까닭은 거기에 있다. 통속 멜로드라마의 상투적 묘사법, 즉 흉악하고 포악한 ‘악당’과 지고지순한 ‘선인’의 극단적인 대비는 『토지』의 서사를 이끄는 기본 동력이다. 추악하고 타락한 ‘악당들’ (‘왜놈’, ‘친일파’, ‘민족반역자’)의 반대쪽에 선량하고 도덕적이며 인간적 미덕과 초인적 용기로 가득 찬 ‘선인들’(항일독립투사들, 민족주의적 지식인들, 농민을 비롯한 ‘민초들’)이 존재한다. 농촌 공동체의 일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토지』 전체를 지배 하는 인종주의, 제노포비아, 국수주의적 문화본질론 등은 이 소설의 즐거운 독서를 크 게 방해하고 있다.
목차
2. “딱정벌레”와 “나비”
3. “씨를 말려야 해!”
4. 이구동성(異口同聲)의 인형들
5. “조선의 잔 다르크”
6. 원더우먼(Wonder Woman)과 ‘전원일기’(田園日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