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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드의 소설은 인간의 언어 행위에 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암흑의 핵심」에 삽입되어 있는 말로우와 커츠의 약혼녀와의 면담은 콘라드가 일상 대화의 원리와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재현한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이 분석는 소설의 주제와 밀접한 상관간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말로우의 거짓말이 지닌 대화적 속성을 밝히고 있다. 말로우와 커츠의 약혼녀와의 면담은 일상의 대화규칙과 대화의 참여자 사이의 갈등이 잘 표출된 일종의 사회적 담론이다. 대화는 참여자들간의 갈등과 함께 협상과 협조를 통해 완성된다. 말로우와 약혼녀가 면담에서 보여주는 갈등과 조정의 과정은 그들의 대화의 순번(turn)을 분석함으로서 잘 드러난다. 이 연구에서는 버튼(Burton)의 분석 모델이 이 대화를 하나의 완결된 담론으로서의 구조적 특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적용되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대화 속의 갈등 구조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면담은 여타의 사회적 담론과 구조적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담론이며 동시에 서술적 사건이기도 하다. 콘라드는 이 대화를 소설의 결말에 위치시킴으로서 서술 구성상의 결말과도 일치시키고 있다. 이 대담에서 커츠의 약혼녀는 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대화 상대인 말로우를 압박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얻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실을 알지 못하게 된다. 말로우는 약혼자의 죽음으로 애도하는 커츠의 약혼녀가 대화의 주제와 말의 길이를 주도하도록 허용한다. 그들 간의 대화는 갈등과 긴장으로 역동성을 지니고 있고, 이러한 역동적 관계는 말로우의 거짓말 대목에서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그녀의 대화는 상대에게 자신이 언급한 내용에 대하여 “확인요청(request for confirmation)”을 받고자 하는 시도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의 대화적 주도권이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말로우가 거짓말을 함으로서 진실을 아는데 기여하지 못한 점은 이 대화의 최대의 아이러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