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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내란이 있었던 동안 많은 팸플릿이 출판되었다. 일반적으로 정 치적인 팸플릿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상대편 적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시대의 팸플릿을 하나의 문학작 품으로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정치적 팸플릿은 산문풍자로 서의 문학적 특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므로 하나의 문학 장르로써 연구할 가치가 있다. 이 시기의 팸플릿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이 시대의 복잡한 정 치적 사건들을 알 수 있지만, 특히 주목할 점은 그 표면적 사건들에 대한 묘사 이면에서 이 시대의 여성관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팸플릿 이 상대편을 비방하기 위해 상대편 적을 여성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팸플릿이 여성 그 자체 를 비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에 널 리 퍼진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이용하여 상대편 적을 여성화함으로써 이 시대의 (넓게 보면 르네상스시대의) 왜곡된 여성관을 드러내고 있다. 팸플 릿 작가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젠더를 이용하고 있고 적을 여성화시켜서 풍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팸플릿을 (여)성화된 알레고리라고 볼 수 있다. 여러 팸플릿 중에서도 찰스 1세를 옹호하는 왕당파 작품인 “The Parliament of Women”(1646), “The Parliament of Ladies”(1647)와 이들 팸플릿의 응답 작품인 의회를 옹호하는 공화당 작품인 “The Ladies Parliament”(1647)와 이에 대한 응답 팸플릿인 왕당파 팸플릿 “Match Me These Two”(1647)에는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두 진영이 서로를 비방 하고 비난하기 위해 상대방을 부정적이고 왜곡된 특질을 지닌 여성에 비유 하고 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여성을 부정적이고 왜곡된 이미지로 인 식하는 배경에는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 보는 사도 바울의 관점과 남성을 가장(머리)으로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존재(몸)로 보는 아리스토텔 레스의 정치철학과 여성의 열등성을 당연시하고 있는 성경 구절들이 한 몫 하고 있다. 여성의 열등성, 종속성, 부정성에 대한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시 대에 상대편 적을 여성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것은 최고의 정치적 비방수단 이었던 것이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 혼란된 시기였고 따라서 검열이 엄격하지 못했던 때였으므로 팸플릿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글쓰기가 성행했다. 또한 그 어 느 때보다도 여성작가들이 공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던 시기였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팸플릿을 쓴 여성작가는 없었다. 이는 남성뿐만 아 니라 여성혐오적인 사회에 길들여진 르네상스의 여성 또한 계급적이고 가 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남성작가들의 글 속에서 재현된 왜곡된 여성을 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시대는 여전히 여성이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남성들의 성역이 존재했던 시대였다. 여기서 여성은 단지 남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확대반사경” 혹은 “타자”로서만 주변에 위치할 뿐이었다. 이와 같이 영국 내전 시기에 성행했던 팸플릿에서 (여)성화된 알레고리를 읽어 내는 작업은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고전작품들에서의 젠더의 문제를 재검토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