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한국어
각 나라마다 민족 고유의 전통색상은 현대에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오며 색채에 관한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제시대와 6 ‧ 25사변을 겪으면서 야기된 전통문화의 단절로 인하여 독자적인 전통색이 유지되어 오지 않았고, 이로 인해‘한국의 색’하면‘오방색’만을 떠올리는 편협한 시각이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전통색의 개념을 통해 전통색에 관한 정체성을 되찾고, 그 명맥을 유지하며 나아가 실생활에 적용시켜 전통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은 각종 문헌자료와 신뢰도가 높은 법인단체나 기관의 인터넷 자료를 토대로 하여 각 시대별 회화, 민화, 사진 자료에 나타난 귀족, 서민 문화의 전통복식 변천과정을 통해 우리 문화 속에 나타난 색채를 추출하고, 한국인이 어떠한 색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색채를 즐겨 사용하였는가를 연구하여 한국의 전통색상을 유추하고자 하였다. 역사적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본 한국의 전통색채는 백색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데, 물론 현대적 개념의 백색과는 색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백색이라는 색감에 관해서도 현대적이고 물리적인 측정 분포 안의 백색이 아닌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백색지향사상, 백색의 상징성, 그리고 근검절약의 생활 등으로 그 구체적인 이유는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에 있어서 백의민족, 백의종군을 내세우며 우리 민족이 백색만을 좋아했다는 것은 아니다. 정작 우리 민족이 즐겨 입었던 옷은 여러 가지 문양과 화려한 수가 놓인 의복이었다. 결혼식 때 입었던 활옷은 화려한 화관과 꽃무늬 옷이었고, 조선시대 젊은 아가씨가 가장 갖고 싶었던 옷 역시 다홍색 치마나 연분홍 저고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색을 전통색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백색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백색은 부정과 오염에서 벗어난 밝고, 순수한 색으로 여겼고, 우리 민족이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청렴, 결백, 청빈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근대 사회에 와서는 백색 옷을 즐겼다기보다는 백색이 가지는 의미를 통하여 일제의 침략에 맞서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저항정신을 상징한 것이었다. 근대 우리 역사만이 아니라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에도 백색은 정의를 숭상하는 민족정신의 상징이었다. 고시조의 한 대목인‘까마귀 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백색은 지조와 청결 그리고 정의를 상징하는 색이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백색 옷을 즐겨 입게 된 이유에 대해서 염색기술이 낮아서라거나, 계급의 구분을 위해서, 혹은 유교적 관습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전통을 망각한 잘못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왜적의 불의에 가득 찬 침략에 대항해 백의민족을 강조한 것은 백색이 정의를 상징하고 지조와 절개를 표현하는 색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색은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아온 색채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색으로 불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전통색으로서의 백색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