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영어
It is confirmed his aspect as a politician through his work
한국어
본고는 19세기의 인물 이세보가 爲政者로서 어떠한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대응했는지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그의 시조 작품 <농부가>를 해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세보는 왕실의 종친으로 비록 3년여의 유배생활을 겪기도 했지만, 철종, 고종 및 흥선대원군의 비호 속에 고위관직을 두루 거치며 비교적 평탄한 관직생활을 보냈다. 그런 만큼 현재의 지배질서와 이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적 상황을 ‘敎化’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다. 즉 왕을 위시한 국가적 차원의 지배체제에는 문제가 없기에 교화라는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백성들뿐만 아니라 하급관리인 아전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는데, 이는 아전 또한 자신이 관장해야 할 백성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농부가>에도 이세보의 이러한 위정자로서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농부가>는 12수로 구성된 연시조 작품으로, 봄(3수)에 농사를 시작해서 여름(2수)을 거쳐 가을(2수)에 곡식이 익을 때까지를 노래한 전반부[前 7수]와 추수 후(2수)의 슬픔과 교훈적 내용을 담은 총론(3수)으로 이어지는 후반부[後 5수]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농가의 일상을 노래했다. 하지만 이때의 화자는 농민이 아니라 爲政者로서, 권계의 태도로 근면·適時·날씨 등 농사에서 중요한 요건들을 강조한다. 즉 농민들의 삶에 共感의 시선을 보내기는 하되, 냉철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킬 뿐 同化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던 것이다. 후반부에는 과도한 세금과 이자로 수확 후에도 고통 받는 백성의 모습과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대안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세보는 현재의 지배질서에 기반을 둔 제도적 차원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勤儉節約, 修身, 知足 등 농민들 스스로의 도덕적 함양이 요구되는 해결책을 제시할 뿐이다. 체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敎化를 통한 개인의 통치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요컨대 <농부가>는 작가가 목도한 문제에 대한 문학적 대응으로, 게으름에 대한 경계에서부터 修身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敎化를 통해 도덕과 경제의 규율들을 설정함으로써 보다 완정하게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했던 작자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는 정치적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목차
1. 문제의 소재
2. 위정자로서의 현실인식과 대응의 방식
3. <농부가>: 현실에 대한 문학적 대응
3.1. 화자와 농민 사이의 거리
3.2. 敎化의 수사학과 체제 유지의 욕망
4. 결론
참고문헌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