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한국어
최인훈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피란민 작가이다. 그는 기존 문학사의 세대론적 분류에 따르면 구세대 ‘월남문인’이 아니며, 전후 세대 중에서 6.25 이후 등단 작가군에 속한다. 이때 최인훈의 주요 작품들이 한국전쟁과 무관하지 않으며, 피란민의 존재감이 여러 작품 전반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할 만하다. 1960년 발표된 『광장』으로 최인훈은 4·19와 더불어 1960년대의 신세대작 가군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소위 한글세대 혹은 새로운 감수성 의 세대로 불리는 1960년대 작가들과 분리되어야 한다. 이처럼 기 존 문학사의 세대론적 분류에서 애매한 입지에 처한 최인훈은 실 지로 어디에도 확실한 소속감을 갖지 않은 작품세계를 형성한 것 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본고는 월남한 작가의 정체성이 예외적 작가세계를 형성하는 데 끼친 영향을 중심으로 꾸려보는 작가론 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최인훈의 일관된 작가의식은 현실정치에의 환멸, 서구 풍속을 포함한 집단과 체제에의 저항으로 요약된다. 그 단초를 초기작 『회색인』의 독고준의 근대선언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광장』과 「총독의 소리」와 같은 작품에서 드러나듯 체제에의 저항이 남한사 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유기』로 연결되는 독고준의 행로는 북에 두고 온 고향 W시로 향한다. 주목할 점은 W시에 도착하기까지 논개, 이광수, 조봉암 등 의 인물을 만난다는 설정으로 인해 근대사의 현장을 경유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에고의 정위를 위한 길 떠나기가 사회와 유리된 개인주의에 함몰되지 않았다는 점, 작가의 시야가 남쪽에만 국한 되지 않고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넓은 지정학적 상상력을 가능 하게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남과 북을 잇는 월남 작가의 존재론이 최인훈의 작품세계를 관 통하는 일관된 주제의식이었음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광장』에서 제출되었던 ‘광장(사회)’과 ‘밀실(개인)’의 불화라는 화두가 『화두』에서 해명되기에 이른다. 소련의 붕괴와 조명희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면서 현실의 부정성이 입증되고 작가는 이념의 예속에서 풀려나 에고를 정위하게 한다. 동시에 작품으로 망명하여 문학 안 에서 올바름을 판가름하고자 했던 세월이 보상받게 된다. 현실과 마주했던 씨애질의 기록은 일관된 작가의식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을 통해 정치와 개인이라는 화두를 형성하 게 된 작가 최인훈은 작가인생 내내 그 화두 풀이에 골몰한다. 그 를 위해 근대 문인들과 빙의를 통해 식민지 시대를 문제 삼고, 한 반도를 넘어서는 시야를 확보한다. 한국적(지방적)인 겪음을 통해 형성된 화두를 풀어나가는 일관된 작가인생을 통해 20세기 한반도 를 넘어 세계사를 남다르게 기록하는 결과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고향이 환기하는 기왕의 헤게모니에서 이탈한 자로서 경계지식인 최인훈은 한국문단에서 예외적인 작가일 수 있었으며, 한국의 지성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지식인 작가임에 분명하다.
목차
1. ‘월남’ 작가 최인훈
2. 20세기 한반도, 개인이 정위(定位)할 곳은?
2.1. 근대 선언과 단독자의 발견
2.2. 원기억의 형성지, 해방공간
3 작가로서의 실존과 소명의식
3.1. 문학교사와 조명희의 「낙동강」
3.2. 근대 작가와의 빙의(憑依) 와 역사의 연속성
4. 나가며
참고문헌
Abstra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