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한국어
이 책은 인류학자인 저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 발표해 온 재미한인사회 관련 저술들을 미국사회의 다민족적 현실이라는 틀 속에서 체계화한 저서이다. 재미한인은 이주지인 미국이 지니는 국제적 영향력이라는 점 뿐 아니라, 해외 거주 한인 중 가장 규모가 큰 집단으로서, 가장 활발하게 모국과 교류하며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재외한인 연구 상 그 중요성과 의의가 주목되며 적지 않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저자는 그간의 연구가 이민의 역사나 개인적 경험에 대한 서술 또는 실태 조사 등 미국사회의 맥락에서 동떨어진 한국이민 자체에 치우쳐 있었음을 지적하며, 재미한인사회의 “문제점을 미국의 민족문제 및 소수민족정책과 연계하여 살펴보는데(5쪽)” 저서의 목표가 있다고 밝힌다. 이민, 이주민 집단을 포함하여 다민족 사회에서의 민족집단 연구와 관련, 타민족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과 집단 경험이 형성, 재형성된다는 프레드릭 바스(Barth 1969)식의 과정론적 접근이 이제 인류학 및 민족관계를 연구하는 사회과학 전반에서 소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외한인 연구에서 여전히 이주지와 연계된(hyphenated) 현실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주목하는 경향은, 한동안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에 대해 ‘재미동포’, ‘재일동포’, ‘재중동포’ 등 동포라는 혈연적 어휘를 지배적으로 사용하며 다민족적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사회의 현실 및 대중적 정서와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민의 역사가 비교적 짧아 실제 재미한인 집단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사회적 입지를 확립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현실적으로도 세대가 진전되며 ‘코리안’보다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자기정체화를 하는 재미한인의 현실을 적절히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서, 또한 이론적으로는 보다 큰 사회적, 역사적 맥락과 다민족적 관계 속에서 한인 집단을 조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저서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