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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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 5 세대 대표 감독인 장이머우(Zhang Yi-mou)의 신작 <금릉십 삼채(The Flower of war)>는 1937년 일본군에 의한 남징(Nanking) 함락이 라는 역사적 사건을 제재로 삼는 이른바 ‘항일전쟁’ 영화이다. 그러나 <난 징 1937>이나 <난징!난징!>과 같은 기존의 영화들이 대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이 역사적 사건 자체를 묘사하려고 했던 것과 달리, <금릉십삼 채>는 윈체스터 성당 기숙학교의 어린 여학생 수줸(shu-juan)의 눈을 통해 이 사건을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본고는 이처럼 개인화된 시선으로 재구성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기존의 영화들과 차별화되는지에 주목한 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함락된 난징을 떠나려던 기숙학교의 여학생들은 결국 성당으로 되돌아오며 이들이 이 공간을 떠남으로써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유일한 공간적 배경은 바로 서구적 근대화를 상징하 는 한편 새로운 ‘집’을 상징하는 윈체스터 성당이다. 본고는 수줸의 눈에 비친 난징이 결국 윈체스터 성당이라는 상징적 ‘집’으로 집약되는 점에 주 목하고 이 공간의 수직-수평성, 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 삶-죽음과 재생 -의 문제, 그리고 그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적대적 시선과 개인적 시선-이 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영화 텍스트를 분석하였다. 먼저 윈체스터 성당은 수직적 배치의 성격이 강한 근대화된 서구의 ‘집’ 이다. 그런데 이 수직적 공간은 ‘친화이허(Qinhuaihe)의 여자’라는 난징 전 통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출현함으로써 동양적 ‘집’의 수평성을 포괄한다. 이 수직-수평성은 일단 위와 아래라는 위계를 지니지만, 이 위계는 전도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니며, 이 공간에 거주하는 남성과 여성들의 죽음과 재생의 과정을 이끈다. 남성의 죽음은 집을 지키는 자, 보호자로서의 아버지 의 죽음을 상징한다. 영화는 성당의 주인이었던 잉글만 신부의 죽음으로 시작되고 수줸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 장의사 존은 자격상실의 아버지에서 보호자라는 아버지의 신분을 회복한다. 여성 들의 죽음은 예견된 죽음이자 상징적으로 예행된 죽음이다. 이 과정을 통 해 친화이허 여자들은 ‘소녀-어린아이’의 신분을 회복한다. 이 과정을 지켜 보는 것은 젊은 중국군 장교의 ‘적대적 시선’과 소녀 수줸의 ‘노스탤지어적 시선’이다. 개혁개방 이전 마오쩌둥의 옌안 도그마에 의해 주어졌던 ‘적대 적 시선’은 이 영화 속에서 곧 소멸하고, 역사의 한 장면을 아름다운 추억 으로 회상하는 소녀의 ‘노스탤지어적 시선’만이 남는다.
목차
2. 공간의 양극성 : 첨탑과 지하실
3. 공간의 이중성 : 죽음과 탄생
4. 공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저격용 스코프와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5. 결론 : ‘파괴된 집’으로서의 난징(南京)
참고 문헌
국문초록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