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한국어
민족이나 국가의 시조신화에서 시조의 혈통은 신성화되게 마련이고, 그 신성화의 방법은 대체로 불부이잉(不夫而孕)의 형태를 띠며 천제자(天帝子)를 상징하는 매개체를 통해서 잉태하는 것이다. 그런데 탁발선비족(拓跋鮮卑族) 시조신화에서는 천녀(天女)가 지상의 남자와 관계하여 시조를 낳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유형이라고 할 만한 이러한 ‘천녀의 아들’ 시조신화는 은・주 시대부터 내려오던 천명(天命)사상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한편으로 탁발선비 사회 여성의 높은 위상을 바탕으로 생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대국(代國)에서 북위(北魏)로 이어지는 탁발선비족 국가에서 황후는 황제권을 대신할 정도로 정치적 권한이 컸고 국가의 흥성을 기원하는 제천의례를 직접 주관하기도 했다. 제의에서 여무(女巫)는 천지의 신들에 대한 제사를 담당하고 사관(祀官)은 조상신들에 대한 제사를 받드는 것으로 역할이 구분되었다. 즉, 천(天)에 대한 제의에 여무, 황후 등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천녀 시조모는 바로 이러한 여성의 높은 지위와 천(天)과의 연관 속에서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천녀 시조모는 한편으로 당시에 많이 등장하던 천녀설화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동영과 천녀>와 <백수소녀>는 천명을 받은 천녀가 하강하여 남자를 돕거나 혼인하는 내용인데, 이는 천명을 받은 천녀가 탁발힐분과 동침하여 시조를 잉태하게 되는 탁발선비 시조신화의 구조와 똑같다. 즉, ‘천명을 받은 천녀’의 하강이라는 동일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탁발선비 시조신화는 이 두 설화와 같은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탁발선비족에게서 시작된 ‘천녀의 아들[天女之子]’ 형 시조신화는 이후 거란족, 여진족, 만족, 그리고 몽고 두이백특족(杜爾伯特族), 몽고 계통의 달알이족(達斡爾族) 등으로 이어져 나타난다.
목차
I. 서론
II. 탁발선비족의 신성한 내력과 시조신화
III. 천녀 시조모 등장 배경
IV. 탁발선비 시조신화와 천녀설화
V. 결론
參考文獻
中文摘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