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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순자의 경험주의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첫째로 순자는 당시에 만연하던 자연을 의인화 하는 천인합일적 신화를 깨트리면서 인간을 삶의 해석학적 주체로서 복권시켰다. 순자의 천인분리 사상은 맹자나 노자와 같은 천인합일론자의 선천주의적 특징을 비판하면서 후천적 경험을 철학의 중심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중국철학사적 의의가 크다. 둘째 그러한 중국철학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순자는 절대 권위적 삶의 원본을 옹립함으로써 다른 종류의 합일적 신화를 신비적으로 쓰고 말았다. 순자의 권위적 경험주의는 절대에 가까운 유교텍스트를 신봉하면서 그에 대한 부단한 모방을 표준적 삶의 양식으로서 정당화하려고 한다. 필자는 유교텍스트에 대한 모방적 재생산을 추구하는 순자의 권위적 경험주의의 독단이 인간의 경험에 내재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약하는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순자는 유교 텍스트의 권위화에 의거하여 동일한 모범을 유포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적 시도를 위험한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인간의 행위를 지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험에 내재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에 대한 욕구는, 마치 판소리 춘향가를 듣고서 전혀 다른 양식으로서의 영화 춘향전을 만들어내려는 욕구와 마찬가지로, 변형과 새로움에 대한 희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어떤 권위적 텍스트라도 경험을 지배하는 유일한 원본일 수 없으며, 경험이야말로 자신의 앞길을 전개하기 위하여 여러 텍스트를 해석학적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차
1. 서론
2. 경험의 선천적 조건
3. 경험론적 가치의 출현
4. 권위적 도구주의
5. 권위적 재생의 도그마
6. 결론
참고문헌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