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정보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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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처(宦妻)>는 여성 화자를 내세워 자기의 경험담을 진술하도록 하는 서술전략을 사용한 한문 단편이다. 그러나 ‘늑혼’의 형태로 실현되는 작품 속의 섹슈얼리티가 과연 여성주체에 의한 여성 섹슈얼리티의 실현인가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 글이 남성 작가가 남성 독자들을 위해 한문으로 번역해 놓은 것이라는 특징을 미루어, 남성 주도적 문화 내부에서 ‘여성주체’와 ‘여성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았다. 이러한 시도는 비슷한 종류의 다른 여성담론을 읽는 하나의 방법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환처>는 겹겹의 중층구조를 이루고 있고, 여성 화자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과 언어적 충족’이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비록 여성화자가 여성의 성을 다루었을지라도 이를 말하는 여성화자는 작가의 담론권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의 성은 남성들만의 이야기공간과 그 권력관계 안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 일차적으로는 남성/하층/성적 소수자의 성이 대상화되고 놀림감이 되며, 이차적으로는 여성의 성이 대상화되고 농담거리가 된다. 그 건너편 주체의 자리에는 견고하게 남성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성은 엄밀하게 말해서 ‘남성이 생각하는 여성의 성’이며, 그것을 ‘말하는 목적’은 남성 자신의 언어적 쾌락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처>에 등장하는 여성의 상은 ‘새로운 여성상’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것이 ‘남성이 상상하는 새로운 여성’상이고, 따라서 ‘남성욕망의 음화’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목차
1. <환처(宦妻)>를 다시 읽는 이유
2. <환처>의 담론 권력 구도
3. 남성 성 담론과 ‘여성 섹슈얼리티’
4. 『잡기고담』의 성 담론과 <환처>
참고문헌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