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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이원명이 편찬한 『동야휘집』에는 편찬 동기와 의도, 야담의 수집·선별·편집·再話 등 일련의 편찬 과정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 序文과 凡例, 總目을 두어 편술 과정을 체계적으로 드러낸 것은 야담이라는 개념의 설정과 분류의 범주화에 대한 의식적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준다. 편찬자가 야담이란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따라 자료를 모으고 분류했던 작업에 관심을 가진 이 연구는 서문, 범례, 총목을 중심으로 편찬자의 야담관과 편찬 태도, 분류 방식 등을 분석하여 편찬의식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서문과 범례를 통해 야담관과 편찬 태도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원명은 특정 인물을 주제로 한 야담의 제작을 위해 그의 역사적 일대기를 고증해 펼쳐놓았다. 이 시간 순서도(flow chart)는 관련된 설화 자료를 끼워 넣을 수 있는 틀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틀의 자장 안에는 󰡔어우야담󰡕과 󰡔기문총화󰡕를 포함한 선행 야담집과 중국서적을 포함한 문헌들, 구비설화 등 읽고 들을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이 있었다. 이런 자료들은 관련 설화를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선별된 후, 편찬자에 의해 윤색되고 재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편찬자는 ‘좋은 야담’이란 자신의 개념을 적용하였다. 편찬자가 생각하는 ‘좋은 야담’이란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을 갖추어야 하며, 구성적으로는 인물, 사건 등 서사적 요소가 풍부하고, 효용적으로는 즐거움과 더불어 가르침을 주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찬자는 서사적 잠재성이 풍부한 설화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역사적 배경을 채워 넣거나, 다른 문헌이나 구비설화적 자원을 보태며, 서술적 기법을 동원하여 그 가치를 실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원명은 야담집의 편찬자로서 역할을 넘어 스스로 만든 ‘좋은 야담’이란 개념에 따라 자기 작품을 썼다고 하겠다. 또한 이 연구는 총목의 분류체계에 나타난 편찬의식의 형식적 경향성을 살펴보았다. 대표적인 특징은 위계성과 대칭성이라고 할 수 있다. 위계성은 사대부의 생활과 의식에서 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부터 그와 거리가 먼 것 순으로 배치된 부의 주제로 확인할 수 있다. 은수부에서 임금을 주제 인물로 내세웠지만 삽화의 주제는 모두 사대부의 과거 급제와 출세이다. 이후 학문하기, 재상, 장수로서의 삶이 다루어졌다. 절의는 사대부로서 따라야 할 유교 윤리와 관련된 덕목이며, 기예는 사대부가 익혀야 할 六禮에 해당한다. 이처럼 총목의 위계는 사대부의 생활과 의식을 구심점으로 하여 관심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체계화되었다. 대칭성은 권, 부, 규의 구성적 특징으로 나타난다. 특히 규로 짝 지워진 작품들에서는 대부분 대칭적 서사구조나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유사한 야담을 묶어 놓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짝이 되게끔 기존 설화를 변형한 인위적 노력의 결과라 볼 수 있다. 편찬자로서 이원명은 확고한 야담관으로 ‘좋은 야담’이 되게끔 국내외 다양한 문헌 자료와 구비설화를 가져와 변개했다. 그 이야기들이 속한 시공간이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보다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이야기들이 행하는 기능을 우선시했다. 이런 과정에서 대칭의식은 세상에 흘러 다니는 이야기를 자기가 만든 틀에 맞추어 임의로 변개하는 데 강력하게 작용했다.


“Dongyahwijib” is a collection of yadam compiled in 1869, which follows the achievements of previously published yadam collections by featuring a total of 260 yadam works. The compiler, Lee Wonmyeong(이원명, 1807~1887), provided a preface, legends, and a categorized table of contents, elucidating the motivations, intentions, and the compilation process. This study aims to comprehend Lee Wonmyeong's consciousness of compilation by examining these records. The findings are as follows: Through the analysis of the preface and legends, it is evident that Lee Wonmyeong first established a historically verified chronological framework and arranged episodes accordingly. Additionally, rather than simply listing episodes, he transformed existing narratives based on his concept of 'good yadam.' In this sense, Lee Wonmyeong wrote his works according to the notion of self-created 'good yadam,' extending beyond the role of a compiler of yadam collections. Furthermore, this study explores the formal tendencies of compilation consciousness revealed in the table of contents. The prominent features are hierarchy and symmetry. Hierarchy can be observed in the arrangement of topics based on their distance from what is deemed important in the public life and consciousness of the yangban(Korean aristocracy). Symmetry is particularly evident in the arrangement of paired works. Lee Wonmyeong may have concern about the changing times and fluid value systems, endeavoring to present his confidently held values centered around the yangban as a conservative alternative. Moreover, he introduced symmetry to make this appear natural. This can be interpreted as having an ideological nature, reflecting the sense of crisis felt by yangban intellectuals in the rapidly evolving social circumsta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