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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서정주의 작품 및 작가론, 예술론 등의 영역에 걸친 미학적 사유 속에 고전시학 전통인 ‘풍격’에 함의되는 비평의식과 미감에 대한 변별적 인식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제5시집 『동천』 텍스트를 중심으로 ‘청기(淸奇)’, ‘함축(含蓄)’, ‘섬농(纖穠)’ 이 세 가지 풍격 요소로 개관, 분석, 비평적 운용의 방법론을 활용함으로써 서정주의 시와 당대 사공도의 『이십사시품』에 교직되는 시적 지향성 및 창작 원리의 친연성과 유관성을 밝힘과 동시에 풍격 운용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작품에 담긴 심미의식을 규명하고자 한다. 심미적 인물비평이 낳은 정련된 단어, 문구, 구절로 대상을 개관하는 풍격의 품평방식은 각 예술 장르에 수용되어 중국 미학의 전형적 방식으로 구축된 방법론이다. 서정주는 전통적 고전미에 입각한 세계관을 발현시키면서, 작품과 시론 등을 통해 문학적 자장 안에 내재된 시 창작의 동력으로서 재래동양 사상과 이에 포섭되고 적재되어 있는 한문학 유산의 영향력을 언급하였으며, 창작의 영역뿐만 아니라 만해 한용운, 근대 불교계의 대석학인 석전 박헌영의 한시 번역을 통해 우리 한문학의 자산을 풍성하게 창출해온 시인이다. 시 창작의 계기 및 방법론에 있어서 당시(唐詩)를 근간으로 하는 한시의 미학을 탐색하고 천착하여 왔음을 다수의 산문과 시론 속에서 밝히면서 시적 주체를 “동양의 모든 옛 시인들”이라 칭하고, 우리가 전통으로 향유하고 있는 동양인의 자원은 아주 풍부한 것이라 진단하는 서정주의 시각은 그의 작품 속에 구현되는 전통에의 지향성과 맞닿는 미학적 지점으로 볼 수 있다. 서정주가 한시 번역작업 및 인물비평에 있어서 ‘풍격’ 용어를 언급하며 동양 선비의 정신을 논한 것과, 풍격비평에서 중요한 미적 속성 및 변별 자질로 정의되는 요소의 하나인 ‘미(味)’를 담지하는 ‘정미(情味)’, ‘본미(本味)’ 등의 용어를 빈번하게 활용했다는 것은, 동양시학에서 관습적이며 전통적으로 운용된 풍격비평에 대한 심미의식을 체득하고 전유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된다. 지금까지 서정주에 대한 연구는 ‘신라 정신’을 중심으로 영원성의 시학, 토속신앙에 대한 탐색과 의의에 주목하는 논의들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데에 반해서 고전시학의 맥락 속에서 한문학의 전통 및 비평적 사유방식에 의거한 연구는 간과되어 왔으며, 국문학 분야에서의 풍격 연구는 주로 한시 범주에 국한되어 있어 현대시라는 지평에서의 적용 및 비평적 시도는 미진하다. 풍격은 원래 사람의 풍채나 품격을 가리키는 말로 오랫동안 고전문학에서 운용되어온 개념이며, 문학과 예술비평 등 각 장르에 폭넓게 수용되어 작품이 산출하는 특정미감을 종합적으로 개관한다는 특질을 지니는데, 서정주의 『동천』 텍스트의 경우, 풍격 비평이라는 준거로 작품에 내재된 요소들을 분석하여 주제의식 및 방법론에 접근할 때, 품평용어들에 부합되는 고유의 미감 및 동질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한문학 비평의 계승적 차원에서 유의미한 시적 자질들에 대한 탐색이 가능해진다. 본고에서는, 구체적인 적용의 방법론으로서 중국 미학의 이론적 결산이자 모든 풍격 유형을 관통시키는 이론서로 평가받는 사공도의 『이십사시품』 풍격에 입각하여 『동천』 작품에 내재한 미적 특성을 풍격 용어로서 적시하고 시정신에 함의된 전통 계승의 현대적 의의를 규명하고자 한다. 『동천』에서 시작의 계기가 된 ‘맑음’을 추구하는 시정신은 이십사시품의 ‘청기’와 상통하는 맥락이며, 시 창작 원리 및 『동천』에서 불교적 은유의 형상화로서 제기된 방법론은 ‘함축’의 요소와 맞닿으며, 고전적 미의식을 주축으로 하는 여인상에 대한 섬세한 시적 정취를 탐구하는 과정은 ‘섬농’이라는 풍격의 품평용어와 조응할 수 있는 심미적 요소이며 미적 자질이다. 이 세 가지는 동천 작품을 ‘풍격’이라는 비평적 잣대로 분석하여 접근할 수 있는 근거이자 핵심적 요체가 된다. 국문학 현대시의 영역에서 중국고전시학에서도 난해한 분야로 손꼽히는 ‘풍격’을 다루는 일은 많은 한계점이 내포될 수밖에 없지만, 풍격이 함의하는 개방성과 극도의 포용성, 유동적 해석가능성은 현대시에 내재된 미감에 대한 접근을 보다 풍부한 맥락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운용 기제가 될 수 있다. 『동천』 텍스트라는 비평 대상이 발산하는 미감을 세 가지 풍격적 요소로 개관,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고전미학적 유산과 정신이 작품 속에서 집약되고 발산되는 양상을 심미의식과 함께 규명하고 한국 현대시 텍스트와 고전비평의 새로운 미학적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비평적 시도가 될 것이다.


This paper presents the text of the third collection of poetry, 『Dongcheon』, on the premise that there is a critical consciousness implied in the ' Pung-gyuk', which is the tradition of classical poetry, and a distinctive perception of beauty in the works of Seo Jeong-ju and aesthetic thoughts spanning the fields of author theory and art theory. By using the methodology of analysis and criticism with three thematic elements of 'Ceong- gi', 'Implementation', and 'Seom-nong' as a focu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oetry of Seo Jeong-ju and the twenty-four poems of Sagongdo and the principle of creation was revealed. At the same time, it is intended to clarify the aesthetic consciousness contained in the work through research on the use of personality. In this paper, as a specific method, focusing on Sagongdo 『Si- pum』, which penetrates all Pung-gyuk, the theoretical result of Chinese aesthetics,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inherent in the works of 『Dongchun』 are selected as a Pung-geok term, and the modern significance of the tradition succession implied in the spirit of poetry is examined. want to clarify The spirit of pursuing 'purity' in 『Dongcheon』 is in line with the ‘Chunggi' of <Twenty-Four Poems>, and the methodology raised as the embodiment of Buddhist metaphor in 『Dongcheon』 and the principles of poetry are in contact with the element of 'implementation'. And the process of exploring the delicate poetic mood of the female figure, which has a classical sense of beauty as the main axis, is an aesthetic element and aesthetic quality that can correspond with the quality evaluation term of 'seomnong'. The text of 『Dongcheon』, with three elements of style, the classical aesthetic heritage and spirit are concentrated and diverged in the work, along with aesthetic consciousness, and the text of Korean modern poetry. It will be a critical attempt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a new aesthetic communication of classical critic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