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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韓愈의 산문을 조선 시대에 어떻게 수용·변주하였는가 하는 점을 살피기 위해서 그의 「送窮文」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자신을 곤궁하게 만드는 窮鬼를 인격화하여 대화체로 구성한 「송궁문」은 戲作으로서 후대 많은 모방작을 낳았던 만큼 산문 전범의 하나였다. 본래 揚雄의 「逐貧賦」를 모방하여 지은 작품으로, 작가가 자신을 곤궁하게 하는 존재를 의인화하여 그들과 대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 대화 끝에 작가가 자신을 곤궁하게 하는 존재에게 수긍·승복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축빈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표현론적 전통이며, 「송궁문」의 모방작들에게서도 함께 보이는 공통점이다. 이와 같은 표현론적 전통을 계승한 조선 시대 「송궁문」의 모방작을 일별해 보면, 窮鬼뿐만 아니라 瘧鬼, 病鬼, 痘神 등 다양한 소재를 갖고 있으며 특히 졸음인 睡魔를 소재로 한 작품은 하나의 계열을 이룰 만큼 많이 창작되었다. 이들은 「송궁문」에서 구도·전개·표현 등을 수용하기도 하고, 또는 「송궁문」의 존재 자체를 작품의 논리 전개에서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송궁문」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송궁문」의 모방작은 전범의 수용을 넘어 저마다의 다양한 변주를 보이는데, 이는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작가 개인이 처한 시련이나 좌절을 동기로 창작한 경우이다. 이러한 작품은 ‘固窮’을 통한 시련의 정신적 극복을 표현한 결과였다. 이는 「송궁문」과 유사하지만,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자기 성찰을 기반으로 개인의 상황을 융화해 내어 우언적 요소의 변주를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둘째는 작가가 민간 풍속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송궁문」의 모방작을 지은 경우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아닌 조선의 민간 풍속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로 인해 풍속과 관련한 작품 창작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은 「송궁문」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선의 민간 풍속과 「송궁문」의 모티프를 결합하여 이룬 제의적 요소의 변주 양상이다. 셋째는 구도·전개의 변용을 통한 다채로운 서사 확장이다. 이는 작가가 처한 상황이나 사회의 풍속과 같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하여 변주가 형성된 것과는 달리, 작가의 문인으로서의 기질과 문학적 역량에 따라 이루어진 작품 내적 변주로서 「송궁문」 모방작의 표현론적 전통을 일부 변형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상의 양상은 「송궁문」의 모티프와 그 표현론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적 변주를 이룸으로써 전범에 대한 수용과 자기화의 일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This paper focused on 「SongQiongWen(送窮文)」 to examine how Han Yu(韓愈)'s prose was accepted and varied during the Joseon Dynasty. As is well known, 「SongQiongWen」 produced many imitations as a light literature. Thus, it became a classic of prose. This work personifies the author's predicament. It consists of a conversation between the writer and the predicament, and at the end of the conversation, the writer accepts the predicament. This is an expressive tradition that originates from 「SongQiongWen」 and leads to imitations of 「SongQiongWen」. Looking at the works of the Joseon Dynasty that inherited The expressive tradition, there are various materials. Furthermore, the works accommodate 「SongQiongWen」 in multiple layers in composition and development. Works imitating 「SongQiongWen」 show various variations beyond acceptance. The first is a periphrastic variation based on self-reflection in the disconnection from the world. The second is the ritual variation achieved in combination with the folk customs of Joseon. The third is a variation created by the author's literary competence, a variation on 「SongQiongWen」's expressive tradition. This aspect shows the process of acceptance and magnetization of classy by achieving individual variations on the motif andexpressive tradition of 「SongQiongW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