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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 1921~2021)가 1970년대에 한국의 군사독재정권과 민주화운동에 대해 품었던 관심과 문제의식에 접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도미야마가 다룬 김지하의 작품을 정리하고 김지하의 시를 바탕으로 한 도미야마의 그림을 분석하였다. 도미야마는 1970년 이후에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이나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을 창작하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그녀가 1970년대 초반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경험이 있었다. 도미야마는 1970년 11월, 1971년 9월, 1972년 4월에 한국을 방문했다. 나아가 도미야마 자신이 “김지하의 시는 내 마음에 불을 붙였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을 주제로 작품을 발표하게 된 데에는 김지하 작품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을 둘러싼 도미야마의 관심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도미야마가 한국을 방문한 경위 및 한국에서 겪었던 일들이 시기에 따라 변해 갔다는 점이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우선 각 시기에 발표된 도미야마 다에코의 방한 르포르타주에 인용된 김지하 등의 작품을 정리하고, 한국 군사독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도미야마의 관심 형성 과정에 대해 분석했다. 다음으로 김지하의 「비어―육혈포 숭배」(『창조』, 1972.4)와 「고행…1974」(『동아일보』, 1975.2.25~27)를 모티브로 한 시화집 『심야―김지하+도미야마 다에코 시화집(深夜―金芝河+富山妙子詩画集)』(東京: 土曜美術社, 1976)에 실린 도미야마의 그림을 살펴보면서 그가 김지하의 작품에서 무엇을 읽어내려고 했는지를 고찰하였다. 방한 르포르타주를 살펴본 결과, 도미야마는 한국 방문을 거듭하면서 김지하 등 다양한 한국문학 작품을 인용하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한국 군사독재정권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간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70년대 전반에 걸쳐 일본에서 김지하나 ‘재일교포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구원 운동이 활발하게 행해졌다는 시대 상황과 연동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방한 르포르타주에는 식민지 시기의 문학 작품들도 인용되고 있다. 시화집 『심야』에서도 나타나듯 권력자에 관한 회화에 권력자로서의 일본 존재가 그려지는 것은, ‘식민자’로서 한국 사람들의 “한의 찬 곡성”에 접근하려고 한 도미야마의 시도가 첫 방한 때부터 계속 유지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도미야마는 70년대를 통해 소리를 내려고 하는 사람들의 옆얼굴 등 한국 군사독재하 사람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남기게 되었다. 이러한 도미야마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면서, 도미야마의 그림들이 70년대 일본에서 행해진 김지하 구원 활동 등에서 얼마나 공유되어 있었는지에 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80년대에 도미야마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창작한 그림들과의 차이와 공통점을 밝힐 수 있다면 도미야마의 한국 관련 창작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From the 1970s, Tomiyama Taeko (1921~2021), a Japanese visual artist raised in Harbin, began to create works on the theme of Korea's military dictatorship and democratic movement. As Tomiyama herself stated, her encounter with the works of Kim Ji-ha was her chief motivation to produce works on Korean themes. To gain insight into her interest in Korea, this paper compiles the references made to Kim Ji-ha's works in Tomiyama's accounts of her visits to South Korea. It then explores the formation of her interest in issues surrounding Korea's military dictatorship. Finally, it analyzes her paintings in Deep Night (1976), an art collection featuring Kim Ji-ha's poetry, and discusses what she sought to express through Kim Ji-ha's works. As this analysis makes clear, she alluded to many of Kim Ji-ha's works during her repeated visits to Korea. Conversely, she also quoted Korean poems from the colonial period in her accounts, and her drawings clearly depicted Imperial Japan as a colonial power. This shows that, ever since her visit to Korea, she has realized her position as a "colonizer of Asia“ and maintained her attempts to address the turmoil of the Korean people under the military dictator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