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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눈먼 자들의 도시』는 ‘백색실명’의 환상적 사건과 은유적 공간구조를 중심으로 작가의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하면서 철학적 사유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환자들이 격리공간으로 이동하여 경험·탈출·회귀하는 과정은 ‘공간화’를 통해 구성되고, 자기 환멸과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려는 작가 의도는 감시와 처벌의 병원, 권력의 쟁점화가 된 병실, 폭압에 짓밟힌 육체로 집약되어 인물의 관계와 욕망의 심층적 의미구조를 이룬다. ‘도시-병원-육체’는 파멸(디스토피아)과 탄생(유토피아)의 양립 불가능한 공간이 복합된 헤테로토피아이다. 이는 ‘재앙적 운명→외부(정부, 제도)→내부(약탈자, 규율)의 구심적 특성을 보이면서 전도·중첩되어 인물이 ‘환자→독균→노예’가 되는 문제의 근원적 원인과 해결에 이르는 틀을 입체적으로 완성시킨다. 특히 “처음부터 시력을 잃지 않은” 의사 아내는 ‘눈’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카메라처럼 진실을 ‘관찰’하고 육체로써 ‘기억’하는 유일한 증인이며 ‘눈먼 사회’를 객관적으로 제시하여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 역할을 한다. “사물의 질서가 뒤집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아직도 볼 수 있는 두 눈, 마지막 두 눈이 있는 사람”이기에 희망적 메타포이다. 결국 이 소설은 환상적인 사건과 공간의 특수성을 중심으로 인간에게서 실존의 의미를 박탈하고 있는 현대적 사회제도의 폭력성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이에 저항하여 새로운 연대의 기초를 구축할 수 있는 장(場이)며, 성찰적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감금체계와 다름없는 도시사회에 대한 은유적 상징이며, 편리한 공간들에 갇힌 억압된 쟁점들은 도덕적, 실존적인 문제들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빛과 어둠으로 대비되는 시간성, 이상과 현실을 상징하는 공간성, 아이러니한 인물의 관계성을 통해 인간의 속성과 위험사회의 실체를 불안 심리와 혼란한 분위기로 내밀화하면서 심층적 의미를 확대한 탁월한 작품이다. ‘인간’이 실존의 의미를 박탈하는 사회제도에 저항하여 새로운 연대의 기초를 구축함으로써, 위기의 순간에 성찰적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는 ‘낯선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


Theme Saramagu's "City of the Blind" is a fantastic realism novel and develops interestingly through irony and allegory. Through disaster events and metaphorical spaces, the author's ideas are shown in detail. The process of patients moving to hospitals and experiencing, escaping, and returning consists of "spatialization." The hospital of surveillance and punishment, the hospital of suppression by power, and the body hurt by violence show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 and society's desire. "City-hospital-body" is a strange space of destruction (distopia) and birth (utopia), heterotopia. Conflict is evangelized and overlapped with "disaster fate → external (government, system) → internal (lover, discipline), and the person becomes "patient → toxic → slave". In the end, the novel shows the violence of the social system through fantastic events and the speciality of space, and the human transformation process of reflecting on it while resisting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