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본고는 구전설화 속 ‘역병’의 서사화 양상과 의미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현대에도 그러하지만, 과거에도 역병은 인류에게 커다란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병을 앓는 사람은 물론 그 주변인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어느 시기이든 전염병은 지나가고, 사람들은 이를 어떤 형태로든 기억하기 마련이다. 역병에 대한 기억은 서사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당대 역병의 참상을 기록한 문헌, 혹은 역병과 관련한 이야기들의 기록과 전승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문학을 통해 나타난 ‘역병’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역병의 고통과 참혹함, 그것으로 인한 슬픔과 괴로움을 표출하거나, 역병을 귀신의 소행으로 바라보며 형성된 신이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구전설화가 다루는 역병 이야기에는 그와 같은 이야기의 비중이 상당히 적다는 점에서 주목이 필요하다. 역병으로 인해 죽은 가족, 혹은 잃은 사람에 대한 슬픔을 전하는 이야기는 물론 역병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토로하는 이야기 또한 만나기 어렵다. 다양한 전승자 집단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만큼 개인적 슬픔이나 고통의 형상화가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으나, 흥미로운 것은 역신의 소행으로 인해 벌어진 역병의 피해, 역신을 잘 모시지 못해 겪은 고통의 이야기 또한 잘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즉, 문헌설화에는 역신의 횡포와 그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이야기와 역신이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면, 구전설화에는 공포를 자아내는 이야기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구전설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역병의 서사적 특징을 보고자 하였다. 이에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 역병이 서사의 주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60여 개의 이야기를 추출하여, 구전설화 속 역병 이야기의 양상을 ① 역병으로 죽은 시신의 장례를 치러주는 이야기 ② 역병으로 죽은 줄 안 사람이 살아난 이야기 ③ 역병을 다스린 존재의 이야기로 정리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역병이 가져온 ‘죽음’에 대한 기억이 깊게 전승되고 있다는 것을 추출하였고, 역병이 가져오는 죽음의 비참함 속에서도 인간적 선함에 대한 갈망이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음을 중요하게 포착하였다. 마지막으로 역병으로부터의 회생과 구원에 대한 당대인들의 강렬한 소망을 읽어내었다. 역병의 재난은 참혹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서 민중이 말하는 ‘역병’은 그 어떤 서사에 비해 인간에 대한 희망을 붙잡고, 역병의 고통을 이겨내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다. ‘역병’의 재난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선의를 잃지 말고 구원을 소망하여, 앞으로 또 다가올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을 대비하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인간이 ‘역병’을 기억하고 서사화하는 다양한 면모를 실제로 확인하고, 이야기 문화 안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보편적 염원을 읽어낼 수 있었다.


This article examines the narrative characteristics and meanings of “epidemic” in oral folktales. About 60 stories were extracted from the “Gubi Literature Grand Prix” with an epidemic is a major narrative element. The stories of the epidemic in oral folktales were categorized as a story of the funeral of a person who died of plague, of a person who was thought to have succumbed to an epidemic, and of a person who controlled the epidemic. Furthermore, through this story, the memory of “death” brought on by the plague is conveyed deeply, and the desire for human goodness despite the misery of death is important. I also read out people’s intense desire during this time to recover from the plague’s death and be saved from it. The plague-induced calamity is devastating. However, what the public referred to as “epidemic” in the past, compared to any type of narrative, is a desire to hold on to human hope and overcome the pain of plague. By examining the stories of infectious diseases found in oral folktales, this article identified stories with different aspects from those discussed through historical records and Chinese literature. Consequently, various aspects of humans remembering and narrating an epidemic were identified. Furthermore, we were able to highlight the belief in ourselves and the desire for universal hope within the story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