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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 우리 민법학에서는 채무불이행의 일유형으로서 이행거절의 문제를 이행지체의 하부유형 또는 독자적인 채무불이행의 유형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다. 우리 민법 제544조 단서는 이행거절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채무불이행의 유형론에 관한 논의는 결과적으로 민법 제544조 단서의 규정을 이행거절의 경우에 직접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유추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다. 본고는 독일에서 이행거절법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장래 우리 민법학에서의 후속논의에 시사하는 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독일에서 이행지체로 인한 법정해제권에 관해 규정하는 독일일반상법전(ADHGB) 제356조의 규정을 이행거절의 경우에 직접 적용하여 이행거절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리는 제국상사최고법원에 의해 처음으로 형성되었고, 그 법리는 제국법원의 법 실무에 의해 승계되었다. 그러나 그 법리는 1902년 Hermann Staub에 의해 적극적 계약침해론이 전개된 직후, 제국법원은 이행거절의 경우는 적극적 계약침해의 한 유형에 해당하고, 독일민법은 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에 부득이 독일민법 제326조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야 한다는 법리로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법리의 변경은 독일민법의 입법자가 이행거절의 문제를 독일일반상법전 제356조의 규정을 직접 적용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이행지체에 관한 규정을 독일민법 제326조에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경우에, 입법자의 의사와는 사법해석이라는 점이다. 독일제국법원은 Staub의 적극적 계약침해론이 주장되기 이전에, 독일민법 제326조의 규정을 이행거절의 경우에 직접 적용하면서, 이행거절의 경우에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채권자는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법적용, 소위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우리 민법 제544조 단서는 이러한 목적론적 축소해석의 결과를 입법에 의해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해석론은 이행기 도래 후의 이행거절의 문제에 대해서는 통용될 수 있지만, 이행기 도래 전의 이행거절의 경우를 포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이행기 도래 전의 이행거절은 아직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기에 이행지체의 성립여부와 원칙적으로 하등 관련이 없고, 이행지체가 이행기의 도래를 본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행기 전의 이행거절은 이행지체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독일제국법원은 채무자의 이행거절의 의사를 소위 ‘포기의사’, 즉 채무자가 채권자로 하여금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를 하더라도 이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로서 ‘포기의사’로 파악하는 ‘포기법리’(Verzichtsgedanke)를 전개하였다. 이러한 ‘포기법리’는 현재까지 우리 민법학에 소개되고 있지 않다. 채무자의 이행거절의사를 포기의사로 파악한다면, 그 포기의사는 우리 민법전에 따라 채무자가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행을 거절한 경우에 채권자가 그에 대한 법적 구제책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 특히 채권자가 원래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고자 하는 경우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우리 민법학에서는 채무자가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행을 거절한 경우에 채권자는 곧바로 전보배상청구권과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채권자가 그 대신에 원래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행기 전 이행거절의 경우에 채권자에게 인정되는 전보배상청구권이 원래 채무의 이행청구권의 변형물(Metamorphose)이라는 점에 비추어, 이행기 전 이행거절의 경우에 채권자가 전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대신에, 원래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 과연 이행기의 도래를 기다려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장래 후속연구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Art. 544 des Koreanischen BGB regelt das Rücktrittsrecht wegen des Schuldner- verzugs wie folgend: § 544. [Rücktritt wegen des Schuldnerverzuges]: „Hat der Schuldner seine Verpflichtung nicht rechtzeitig erfüllt, so kann der Gläubiger ihn unter Bestimmung einer angemessenen Frist zur Erfüllung auffordern und dann vom Vertrag zurücktreten. Die Mahnung ist nicht erforderlich, wenn der Schuldner dem Gläubiger gegenüber im Voraus erklärt hat, seine Leistung nicht zu erbringen.“ Verweigert der Schuldner im Verzug einer Hauptpflicht aus einem gegenseitigen Vertrag die Erfüllung ernsthaft und endgültig, so kann der Gläubiger sogleich Schadensersatz nach Art. 395 fordern und vom Vertrag nach Art. 544 zurücktreten, ohne vorher eine Nachfrist zur Erfüllung zu setzen. Verweigert der Schuldner vor Eintritt der Erfüllungszeit einer Hauptpflicht aus einem gegenseitigen Vertrag die Erfüllung ernsthaft und endgültig, so kann der Gläubiger Schadensersatz entweder entsprechend Art. 395 oder entsprechend Art. 390 fordern und vom Vertrag gemäß Art. 544 zurücktreten, ohne eine Nachfrist zu setzen. Nach der herrschenden Ansicht in der Koreanischen Zivilrechtswissenschaft kann der Gläubiger durch eine vorherige Erfüllungsverweigerung des Schuldners nicht über den sofortigen Erfüllungsanspruch verfügen. Es ist daher noch fragewürdig, ob der Gläubiger den Zeitpunkt der Fälligkeit abwarten muss, bis die Leistung des Schuldners zu erbringen ist. Denn der Schadensersatz statt der Leistung ist als Metamorphose der Leistung des Schuldners darzustellen. Wie bereits erläutert, hat das deutsche Reichsgericht in einer Reihe von Entscheidungen die Auffassung vertreten, im Falle der Erfüllungsverweigerung komme es zwischen den Vertragspertnern zu einem rechtsgeschäftlichen Verzicht auf das Tatbestandsmerkmal „Fristsetzung“. Da § 326 BGB keineswegs zwingendes Recht enthalte, können seine Erfordernisse außer Kraft gesetzt werden, wenn beide Parteien ihren diesbezüglichen Willen übereinstimmend bekunden. In der Weigerung sah das Reichsgericht das Verzichtsangebot des Schuldners, im Geltendmachen des Ersatzanspruches wegen Nichterfüllung oder der Rücktrittserklärung die concludente Annahme dieses Angebots durch den Gläubiger. Zum Schluss überlegte die vorliegende Arbeit, welche Bedeutung der sog. Verzichtsgedanke des Reichsgerichts für den Gläubiger nach dem KBGB hat, wenn er den Erfüllungsanspruch statt des Schdensersatzes oder des Rücktritts vor Eintritt der Erfüllungszeit bevorzugen 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