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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1979년 허규가 국립창극단에서 연출한 창극 <가로지기>를 대상으로 작품의 서사적·연행적 특징을 고찰하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그간 창극 <가로지기>는 공연 당시 선학들의 관극평으로만 짧게 언급이 되었고, 허규 창극 및 국립창극단의 창극사를 개관하는 과정에서 간단하게 언급이 되었을 뿐, 본격적으로 작품의 내용과 특징에 관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창극 <가로지기>는 창을 잃은 판소리 <변강쇠가>의 원전 서사를 전반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연출가 허규 나름의 각색을 통해 그간 원전의 다양한 의미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냈었다는 점에서, 20세기에 산출된 <변강쇠가>의 한 이본으로서 서사적 의미가 있다. <가로지기>는 원전의 특색이자 연구의 쟁점으로 중요하게 논의되어 온 노골적인 성묘사와 성애의 사설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전반부 강쇠의 죽음까지의 내용은 생략과 압축을 통해 구성하되, 후반부 시체 치상과 부착, 그리고 해원의 굿을 적극적으로 부각하였다. 이는 그간 미약하게 논의되었던 <변강쇠가>의 작품 내적 특징과 지향으로서 ‘제의성’이 창극 <가로지기>에 의해 강조된 것으로, 성담론의 측면으로 <변강쇠가>를 활용한 타장르의 콘텐츠들이 20세기부터 최근까지 배출되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필요하다. <가로지기>의 연행적 특징을 살펴보면,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창극에 도창을 두는 양식을 차용하면서도 도창에게 ‘무당’의 역할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더불어 민속예능의 여러 면모를 무대 위에서 충실히 연행하였는데, 원전 <변강쇠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유랑예인집단과 이들의 연행을 무대 위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본고는 창극 <가로지기>의 연행적 의미를 소통과 유희성의 확장으로 파악하여 작품을 검토하였다. <가로지기>는 굿판 형식의 창극, 민속예능의 수용 등을 통해 오랜 시간 허규가 추구하였던 전통극의 장점, 이른바 현장성과 놀이성을 강조하였다. 허규는 1977년부터 국립창극단의 연출을 해왔다. 이 작품은 허규가 해온 장막 창극의 네 번째 작품으로 그가 관심을 둔 민속극의 본질적인 가치로서 현장성과 놀이성을 ‘소통’와 ‘유희’의 형태를 통해 본격적으로 창극과 접목한 작업이었다. 창극 <가로지기>의 서사적, 연행적 특징은 원전 <변강쇠가>에 내재하여 있는 요소가 20세기 창극의 무대에서 실현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실 <변강쇠가>는 원전 서사의 독특함으로 인해, 무대에서 타 장르로 공연할 경우 새로운 시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20세기에 제작된 창극 <가로지기>는 민속예능에 대한 허규의 깊은 관심과 창극 양식 수립의 문제에 관한 시대적 담론 안에서 원작이 가진 놀이성과 제의성이 극대화되며 탄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변강쇠가>가 8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와 영화사적 흐름 안에서 에로 영화로 변용된 것과 다른 궤이며, 21세기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변강쇠가>를 성과 여성의 담론으로 풀어낸 것과도 차별화되는 면모라고 할 수 있다.


This paper examines the narrative and performance, and explores the meaning of, the changgeuk Galojigi, which was performed at the National Changgeuk Company of Korea in October 1979. Huh Kyu’s Galojigi steers the director’s intentions to refrain from seeing the original Byungangsoe-ga in terms of “sexuality” and emphasize this type of content in the composition of Byungangsoe-ga as divided into a first half and a second half. Revealed. Galojigi focused primarily on the question of death in Byungangsoe-ga. By not portraying Kang-chul as an outlaw, unlike the original, it highlighted the resentment of Kang-chul, who died miserably at the hands of Jang Seung-dong-ti. Heo-gyu set up a wanderer in the changgeuk as a shaman so that he could completely eliminate one of the iron spirits. In addition, the stage of the changgeuk was set as “Gutpan(Shamanic Ritual),” emphasizing field performance and the communicability of the traditional play. Thus, this narrative orientation of Huh Gyu was organically combined with the performance of his traditional dr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