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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신라 왕경에서 출토된 유물의 ‘辛·辛審·辛番’銘이 과연 어떤 의미와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고자 작성되었다. 특히 ‘辛·辛審·辛番’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辛’자의 의미와 성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뿐만 아니라 ‘辛審’과 ‘辛番’도 기존의 연구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고, 두 용어가 가진 성격의 차이 또한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本宮辛審’·‘辛審龍王’과 ‘辛番洗宅’·‘辛番東宮洗宅’이라는 銘文을 새롭게 풀이하였다. 지금까지 검토한 내용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辛·辛審·辛番’이 기재된 기존의 사례 이외에 ‘辛’자가 접시에 음각된 새로운 자료를 추가로 제시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龍王辛審’으로 판독·인용하는 토기의 명문을 검토한 결과, ‘龍王辛審’은 확인되지 않고 오로지 ‘龍王辛’만 남아 있음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안압지 출토 207호 목간의 뒷면에 오직 ‘辛’자 한 글자만 기재한 사실을 주목하고, 이 ‘辛’자를 앞면에 등장하는 물품의 성격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이해하였다. 다음으로 각종 그릇과 목간에 ‘辛審’은 ‘本宮’이나 ‘龍王’과, ‘辛番’은 관부인 ‘洗宅’이나 ‘東宮洗宅’과 짝을 이루어 기재된 사실을, ‘辛審’과 ‘辛番’의 성격을 구별하는 중요한 근거로 파악하였다. 둘째, ‘辛·辛審·辛番’의 의미와 성격을 파악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글자인 ‘辛’자의 의미를 검토하였다. 먼저 『예기』와 『사기』의 기록을 참고하여, 고대 중국에서는 하늘에 제사지내는 郊祀를 주로 ‘辛日’에 奉行하였음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를 통해 ‘辛’자가 ‘郊祀’와 관련된 글자임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辛’자의 의미가, ‘재계를 하여 스스로 새롭고 청결하게 한다(齋戒自新潔)’로 풀이되어, 실제 ‘辛’자가 郊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글자임을 알았다. 더욱이 郊祀를 지내는 날짜를 의도적으로 ‘辛’자에 맞춘 만큼, ‘辛’자는 바로 郊祀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이해하였다. 이처럼 ‘辛’자 자체가 郊祀를 상징하므로 단지 ‘辛’자 한 글자만 표기하여도 郊祀를 나타내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예기』의 내용을 통해서, 郊祀에는 天地의 질박한 본성을 본뜨는 의미에서, 祭器로 질박한 질그릇과 바가지를 사용하였음을 파악하였다. 이 사실은 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주로 토기에 ‘辛’과 관련된 글자가 등장하는 것과 서로 부합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요컨대 안압지에서 출토된 그릇과 목간에 단독으로 표기된 ‘辛’은, 해당 그릇과 목간에 등장하는 물품이 ‘辛(日에 奉行하는 郊祀用)’임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덧붙여 신라에서 적어도 진평왕대 당시에는 郊祀를 행하였으며, 『예기』는 이미 이른 시기부터 신라사회에 수용되어, 실생활에 소용되는 각종 禮法의 근거로 활용되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셋째, ‘辛審’과 ‘辛番’의 해석을 새롭게 시도하고, 두 용어가 가진 성격과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먼저 ‘辛審’을 ‘辛’자의 의미·성격과 관련지어 해석하였다. 곧 ‘辛’자가 辛日에 奉行하는 郊祀 그 자체를 상징하는 글자인 만큼, ‘辛審’은 ‘辛(日에 郊祀를 奉行하여) 어떤 대상을 살피다’, 또는 ‘辛(日에 郊祀를 奉行하여) 어떤 대상의 안녕을 기원하다’로 해석할 수가 있다. 다음으로 ‘辛番’은 ‘番’자의 의미를 고려하여, ‘辛(日에 郊祀를 奉行할) 順番이 되다’, 또는 ‘辛(日에 郊祀의 奉行을) 번갈아 맡다’ 정도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해석되는 ‘辛審’과 ‘辛番’은 그 성격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이 ‘辛審’과 ‘辛番’이 반드시 ‘本宮’이나 ‘龍王’, ‘洗宅’, ‘東宮洗宅’과 짝을 이룬 점은 공통적인 부분이다. 이런 공통점 가운데서 ‘辛審’과 ‘辛番’의 성격을 분별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 드러난다. 다름 아니라 ‘辛審’이 ‘本宮’ 또는 ‘龍王’과 짝을 이룬 반면에, ‘辛番’은 ‘洗宅’·‘東宮洗宅’과 같은 특정한 관부명칭과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다. 곧 ‘辛審’은 郊祀를 奉行하여 안녕을 기원하는 대상과, ‘辛番’은 郊祀의 奉行을 담당한 관부의 명칭과 연계되었다는 사실이다. 넷째, ‘本宮辛審’·‘辛審龍王’ 또는 ‘辛番洗宅’·‘辛番東宮洗宅’이라는 銘文을 새롭게 해석하였다. 곧 ‘本宮辛審’은 ‘本宮을 辛(日에 郊祀를 奉行하여) 살피다’, 또는 ‘本宮의 안녕을 辛(日에 郊祀를 奉行하여) 기원하다’로 해석할 수가 있다. 또한 ‘辛審龍王’은 ‘辛(日에 郊祀를 奉行하여) 龍王을 살피다’, 또는 ‘辛(日에 郊祀를 奉行하여) 龍王의 안녕을 기원하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아가 ‘辛番洗宅’은 ‘辛(日에 郊祀를 奉行할) 順番이 된 洗宅’, 또는 ‘辛(日에 郊祀의 奉行을) 번갈아 맡는 洗宅’ 정도로 해석할 수가 있다. 이어서 ‘辛番東宮洗宅’은 辛(日에 郊祀를 奉行할) 順番이 된 東宮洗宅’, 또는 ‘辛(日에 郊祀의 奉行을) 번갈아 맡는 東宮洗宅’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결국 지금까지 출토된 자료에 의하는 한, 郊祀의 奉行을 번갈아 담당한 관부는, ‘洗宅’과 ‘東宮洗宅’만 확인되는 셈이다. 특히 ‘辛番洗宅’은 안압지에서 출토된 185호 목간의 뒷면 제일 위에 기재되어 주목되는데, 이 목간은 관부인 ‘洗宅’에서 주관하는 郊祀에 필요한 물품을 수송하는데 사용된 ‘짐꼬리표’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하여 오로지 ‘辛’자 한 글자만 뒷면에 기재된, 207호 목간 또한 郊祀에 소용되는 물품을 수송하는데 따른 ‘짐꼬리표’로 판단된다. 207호 목간의 ‘辛’자는 앞면에 등장하는 물품의 성격이 ‘辛(日에 奉行하는 郊祀用)’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사용된 셈이다. 아울러 국립경주박물관(남측부지)에서 출토된 ‘辛番東宮洗宅’이 새겨진 청동접시는, 관부인 ‘東宮洗宅’에서 관장한 郊祀에 사용된 祭器로 생각된다. 이처럼 ‘辛·辛審·辛番’이 기재된 그릇과 목간의 용도는, 郊祀에 祭器로 사용된 그릇이거나 郊祀에 필요한 물품을 수송함에 따른 ‘짐꼬리표’로 파악된다.


This paper examines the meaning and character of the terms, ‘Sin(辛) · Sinsim(辛審) · Sinbeon(辛番)’ written in the relics excavated from Gyeongju, the capital of Silla. The summary of the contents reviewed in this paper is as follows: Firstly, the containers and wooden slips unearthed from Anapji and Gyeongju National Museum(the south side of the museum) include inscriptions which appear to be ‘Sin · Sinsim · Sinbeon.’ Based on the contents of 『Liji(禮記)』 and 『Shiji(史記)』 these terms are related to ‘Gyosa(郊祀)’. In the second place, ‘Sin’, the most important letter, was used as a symbol of the ‘Gyosa’. ‘Sinsim’ was paired with ‘Bongung(本宮)’ · ‘Yongwang(龍王)’, the objects of praying for prosperity while performing the sacrifices. ‘Sinbeon’ was written with ‘Setaek(洗宅)’ · ‘Donggungsetaek(東宮洗宅)’, which are the administrative offices that perform the sacrifices directly. And third, the containers and wooden slips in which ‘Sin · Sinsim · Sinbeon’ are inscribed are considered to be a bowl for sacrifice or a ‘label tag’ for transporting items needed for sacri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