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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2010년 11월 16일, 무형문화유산 리스트에 ‘프랑스인의 식도락 식사’(repas gastromique des Français)를 추가하였다. 프랑스 식도락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초기 레스토랑이 등장하면서 프랑스의 요리 평판이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의 이웃 국가들에게까지도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19세기에는 식도락에 관한 수많은 개론서들이 발행되었다. 앙토냉 카렘(Antonin Carê̂me), 위르뱅 뒤부아(Urbain Dubois) 또는 쥘 고페(Jules Goffé) 같은 요리사들과 장 앙템 브리아-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Alexandre-Balthazar-Laurent Grimod de la Reynière)와 같은 전문가들이 식도락에 관한 저서를 남겼다. 그들의 주요 목적은 새로운 요리 및 음식문화를 개발하는 것이었고, 또한 그 음식에 대한 진지한 사고와 분석 그리고 조언 등을 전파하고자 했다.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는 음식과 포도주의 질 및 지켜야 할 식사 예절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17세기부터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에서 매일 주방장에게 푸짐하고 호화스런 식사를 요구하였던 ‘태양왕’(roi soleil) 루이 14세가 ‘프랑스식 새로운 요리’(cuisine nouvelle à la française)를 개발하기는 했으나 16세기말부터 17세기 중반까지는 조리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도서가 발행되지는 않았다. 루이 14세가 프랑스 요리의 발전과 유럽 및 전 세계에서의 프랑스 요리의 명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면, 그의 할아버지인 앙리 4세 역시 프랑스의 미식 유산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하여 ‘선량왕 앙리’(le bon roi Henri)’로 불린 그가 프랑스 역사의 상징적인 선언에서 언급한 “poule au pot”는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특히 서남부와 베아른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간주된다. 앙리 4세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나는 왕국의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일요일이면 솥에 끓인 암탉 한 마리를 먹게 하겠다”. 본 연구의 목적은 우선 역사적 맥락에서, 특히 정치적, 경제적 관점으로 “poule au pot”의 기원을 추적할 것이다. 그리고 종교전쟁 시기 프랑스 농부들의 삶의 조건들과 식습관들을 소개하고, 왕국의 농업 발전에 관한 앙리 4세와 그의 재정 총감독관이었던 쉴리(Sully)의 의도를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그다음으로 우리는 농학자 올리비에 드 세르(Olivier de Serres)가 닭장의 구성과 경영에 관한 권고 즉, 그가 세밀하게 규정한 가금류 사육의 조건들을 고찰하였다. 또한 요리 기법의 관점에서는 “Poule au pot”의 서로 다른 레시피들의 특징들을 섬세하게 비교하였는데 특히 요리 재료, 끓이는 방식, 요리에 풍미와 향을 가져다 주는 육수 준비법 등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