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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추수익의 경세사상이 그의 공부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규명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추수익은 양명학의 치양지설을 ‘계신공구’로 대체하고, 그것을 학문의 종지로 삼는다. 그리고 ‘계신공구’의 ‘경’ 공부를 강조함으로써 주자학의 거경설을 수용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경’의 기능에 대한 이해에서 주자학과 결을 달리하는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경’을 양지를 실현하는 치양지의 방법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자학적인 ‘경’을 양명학의 치양지의 방법으로 재해석해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에 입각하여 양명후학이 그 공부법에서 내면이나 외면으로 치우치는 폐단을 바로잡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경’을 자기 수양만이 아니라 경세의 강령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을 수기와 치인의 통일적 방법으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계구’의 ‘경’을 종지로 삼는 추수익의 학문은 경세사상에서는 ‘경사(敬事)’를 강령으로 하는 정치ㆍ사회활동으로 전개된다. 그에게서 ‘경사’는 구체적인 일에서 양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늘 경계하고 삼가는 것이다. 추수익의 경세사상은 그가 놓인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양태로 발휘된다. 중앙관료로서 군주를 상대할 때는 군주의 마음을 바로 잡아 왕도를 실천하고자 하는 ‘격군행도(格君行道)’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지방관으로 재직할 때는 ‘민(民)’을 각성시킴으로써 향촌사회에 예교를 확산시키는 ‘각민행도(覺民行道)’의 사회활동으로 전개된다. ‘격군행도’의 정치활동은 대례의 논쟁과 상소문으로 표현된다. 대례의 논쟁에서는 ‘예’에 입각한 공적 질서를 확보함으로써 군권을 통제하려고 하였으며, 「성공도소(聖功圖疏)」나 「구묘재자진소(九廟災自陳疏)」 등의 상소문에서는 군주에게 천덕과 왕도를 요구함으로써 올바른 군신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활동으로 전개된다. ‘각민행도’의 사회활동은 ‘민’을 각성시키고 예제를 재정비함으로써 향촌사회의 예교문화를 회복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추수익은 양명학자 가운데 그 누구보다 예를 중시한 인물이다. 그는 유가의 예치정신과 ‘예’를 양지와 연관시키는 양명학의 전통을 계승한다. 그는 예를 준수하여 양지를 실현함으로써 천하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고 보았다. 추수익은 경세에서 향촌을 매우 중시한다. 향촌의 구성원들을 교화시켜 선하게 만드는 일이 천하를 선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향촌의 중요성에 대한 이러한 자각은 향촌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민’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근본을 두고 있다. 그는 ‘평민’을 예교 실천의 담당자로 본다. 이것은 ‘사’계층만이 아니라, ‘평민’계층까지 예교 실천의 주체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는 향촌사회의 예교문화 회복이라는 과제를 두 가지 방면에서 수행한다. 하나는 예교 실천의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예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각성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제를 실천 가능한 형태로 재정비하는 작업이다. 전자는 주로 강학을 통하여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예의 내적 본원인 양지를 각성시키는 일로 전개된다. 후자는 『주자가례』를 실천 가능한 행례서로 다듬거나, ‘가보’나 ‘족보’를 편찬하거나 향약을 제정하는 등의 일로 전개된다. 이 글이 지니는 연구사적 의의는 추수익의 ‘경’을 중시하는 공부법이 ‘경사’를 강령으로 하는 경세사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examine the characteristics of Zou Shouyi’s 鄒守益 thought on statecraft and to elucidate its association with his theory of cultivation. Zou Shouyi replaces Yangming’s proposition of ‘extending innate knowledge’ with the concept of ‘being cautious and apprehensive’, and makes this concept the core of his study. In addition, he implements Zhu Xi’s theory of ‘dwelling in seriousness’ when he emphasizes the effort to maintain seriousness by being cautious and apprehensive. However, his understanding of ‘dwelling in seriousness’ differs from Zhuzi Studies in two main ways. One is that Zou understands ‘dwelling in seriousness’ as a way of ‘extending innate knowledge’. The other is that he deems ‘dwelling in seriousness’ not only a method for self-cultivation but also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statecraft, which demonstrates that ‘dwelling in seriousness’ became a unifying method for ‘cultivating oneself’ and ‘giving the common people security and peace’. In Zou Shouyi’s thought on statecraft, the principle of ‘paying strict attention to business’ is actualized in political and social activities. In other words, ‘paying strict attention to business’ is to be always cautious and apprehensive in order to fulfill innate knowledge in every actual situation. Zou’s statecraft thought is diversely interpreted depending on the situation in which he is placed. For example, when he acts as a central bureaucrat, it is interpreted as a theory regarding political activities to rectify the ruler’s mind and to implement the rule of right. On the other hand, when he acts as a local governor, it is interpreted as a theory regarding social activities to enlighten the people and to implement the rule of right by spreading the teachings of Confucianism over the local vil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