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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이광수 역사소설 창작 동기와 관련, “민족정신의 밀수입”이라 표현된 다소 모호한 ‘계몽적’ 서술의도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마의태자』에 대한 계몽적 서술의도에 대한 언급이 실제 작품을 읽을 때 괴리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이후 창작된 『단종애사』, 『이순신』 계열의 역사소설과 『마의태자』의 분명한 형식상 차이로부터 비롯된다. ‘조선사의 대중화’라는 목적을 위해 사료를 직접적으로 발췌, 인용, 해석하는 역사가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는 『단종애사』나 『이순신』과는 다르게, 『마의태자』는 신라라는 먼 과거를 배경으로 좀 더 허구성이 강한 서사적 공간을 창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의태자』를 논의할 때 신문연재소설로서의 시의성이나 오락성의 측면은 분명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허구적 공간 안에서 플롯이 구성되는 과정 중에, 작가 이광수의 종교적 사유와 개조론적 기획의 층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마의태자』의 다양한 지도자들이 맞는 운명은 인과에 대한 믿음과 회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작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암시된 저자의 태도는 조선인의 개조를 둘러싼, 실제 저자 이광수의 다양한 종교적 논설의 전개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광수는 191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운수론을 비판하고 준비론을 뒷받침하는 기본 전제로서의 인과론의 중요성을 다양한 논설에서 이야기하였다. 만물이 원인과 결과의 형태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자연과학적 인과론에 대한 전폭적 수용은, 인간 행위의 영역에도 적용되어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원인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론 이해는 1922년 「민족개조론」에서 개조방법으로 내세운 ‘나부터 개조하자’라는 모토와 결합하되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해 나간다. 즉, 현재 자신에게 일어난 불운을 타개하기 위해 과거 자신의 행위를 성찰하는 기독교적 ‘회개’가 개조된 주체의 한 존재방식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 자신이나 민족이 처한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현실(결과)로 수용하고, 역으로 과거에서 원인을 되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도된 인과론적 사유의 방식이 이광수에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1920년대 후반부터는 세상만물에서 원인과 결과가 모두 있다고 말하는 불교적 인과론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간다. 이처럼 자연과학, 불교식 인과론에 대한 관심과 회개하는 주체의 모습은 결합되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소설 구성의 기본적 서사구성 원리가 된다. 이러한 방식에 의해 창조된 첫 소설로서의 『마의태자』 속 망국의 지도자들은 여색을 탐닉하거나 과욕을 부리거나 부당하게 시기 질투를 하고 모함했던 자신들의 생각과 행위의 결과에 따라 멸망의 길을 걷는다. 영화·정화태후, 진성여왕, 궁예, 위홍, 왕건, 진헌, 기헌 등 역사적 무대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들의 운명은 공통적으로 엄정한 인과의 이치와 회개의 과제 속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이, 이광수의 신라 배경 역사소설의 ‘계몽적’ 서술의도는 『단종애사』, 『이순신』 등 실증적 사료를 세밀히 인용한 이후의 다른 역사소설들이 보여주고 있는 ‘역사의 대중화’라는 차원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마의태자』에서처럼, 실제 역사적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허구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인물의 운명이나 사건 전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종교적·사회적 담론의 영향이 서사 구성 원리로 개입될 수 있는 것이다.


Kwangsoo Lee’s historical novels are generally examined in the aspect of his nationalism. But the novel The Prince Maui is exceptional because it is different from other historical novels such as A Tragedy of Dan-jong(단종애사), Lee Soon-shoin(이순신), which cite various historical documents of Jo-seon Dynasty. The temporal setting of The Prince Maui is Shilla, and Lee use fictional imagination borrowing action-play structure. But the discourse of his own nationalism influence on this story, especially the level of plot organization. Lee describe leaders' fate under the belief on causationism, which is formed with his nationalistic thought. It is different from the purpose of examining historical events. It is rather closely related to Lee's argument of social reconstruction, known as publishing National Reformation(민족개조론) in 1922. Causationism which is influenced by natural science is kind of premise of his argument of preparation in 1910s. He insist the will of change for independency with the social context of forming the League of Nations. But in 1922, shortly after returning from Shang-hai, Lee gave up all expectation for independency diplomatically at this point. Instead of that, he make his own thought, national reformation. He insist reforming one's own being, throwing away 'bad feelings' such as fallacy, laziness. And it is closely related protestant's ethics, which is represented as repentance. He also had interest on Buddhist causationism in 1920s in this situation. So the agent who repent one's own guilty appears his main novels in middle of 1920s such as Reborn(재생) and The Prince Maui(마의태자). As a ruind coundtry story, The Prince Maui(마의태자) contains various leaders who rise and fall in the flow of history. If he(she) loses his(her) virtue of leader, he(she) face the fate of falling which is strictly decided. The implied author of this story is someone who strongly believing the principle of causationism, which is reminded of real author, Kwangsoo Lee in 192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