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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년 조선의 왕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임오화변은 조선 왕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왕가의 비극이다. 이 날의 ‘뒤주 사건’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서적 등에서 반복적으로 재연되어 왔다. 임오화변의 재연 과정에서 ‘뒤주 사건’을 전달하는 화자는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처음에는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이었고, 다음은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그리고 최근에는 사도세자가 스스로 화자가 되어 이 사건을 해명했다. ‘뒤주 사건’의 서사적 재연과 화자의 변주는 현재를 사는 한국인의 의문과 욕망을 반영한다. 아버지이자 임금인 영조는 기성세대이자 지배계층이라는 이중적 이미지를 지닌다. 20세기 이후 경제성장이라는 모토 하에 ‘힘 있는 아버지’형 리더에게 순응을 강요당하고 목숨도 맡겨야 했던 한국 국민들. 그들에게 사회는 하나의 커다란 뒤주였다. 임오화변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뒤주에 갇혀버린 사건이다. 한국인은 계속해서 뒤주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 갇힌 이야기를 끌어내어 이어가려고 한다. 현대 한국인이 계속해서 임오화변을 서사적으로 소환하고, 뒤주 속 이야기에 생명을 넣으려는 현상은 뒤주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적 욕망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이 글은 임오화변을 소환하는 현대인의 내면 풍경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임오화변은 정말 지나간 사건인가? 그렇다면 왜 임오화변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가?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마다 뒤주 이야기는 어떠한 새로운 사건으로 탄생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글은 이러한 질문을 다룰 것이다. 뒤주 사건은 사도세자의 이야기이다. ‘사도세자 이야기’의 반복적 재연은 과거의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수행한다. 그 의미는 현대 한국 사회가 지닌 깊은 우울의 원인이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기대상’적 존재의 결핍임을 폭로하고, 정지된 ‘부자서사’의 연속과 단절된 ‘부자관계’의 재건을 시도하려는 데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 이 글에서는 정신분석학적 성찰방법과 문학치료학의 서사이론을 참고하고자 한다.


The Imo incident of 1762, in which Joseon Dynasty King Yeongjo confined his son, Crown Prince Sado, in a rice chest and killed him, is the most terrible tragedy of the Dynasty’s royal family. This story has been reproduced repeatedly in TV shows, movies, and books. The reenactments and variation of narrators reflect the doubts and desires of modern-day Koreans. Their continued interest in recalling the Imo incident in various narrative forms and bringing to life the story inside the rice chest matches their inner desire to escape society, which has become a rice chest. This study focuses on the inner scenes of such desires, addressing the questions of why new TV shows and movies about Imo incident continue to be produced, what new event the rice chest story represents whenever a new show is created, and why. This study aims to 1) expose the lack of “self-object” entity necessary for the Korean community’s healthy growth, as the cause of the deep depression of today’s Korean society, and 2) attempts to continue the paused “father–son narrative” and rebuild the severed “father–son relationship.” Psychoanalytic reflection method and narrative theory of literary therapy are employ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