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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서 1997년 사이 그동안 견고하게 한국 영화산업을 지배했던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제도와 재생산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개방과 자율화의 체계로 재편되었다. 한국 영화산업 구조의 교체라는 과도기적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제작된 해외 로케이션 영화들에서는 해외 도시 공간이 ‘낯선 집의 서사’라는 공간적 기호로 표출되었다. 이는 이전 시기 해외 로케이션 영화의 공간적 특징과 비교했을 때 일종의 불연속이자 단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정반대의 의미를 발산하는 해외 도시공간의 기호들이었다. 이민자, 유학생, 교포2세로 대표되는 민족과 문화의 경계선에 있었던 한국인 디아스포라 주체를 서사화하고 이들의 정체성을 문제시하는 데 있어서 이 시기 해외 로케이션 영화들은 보다 비판적이고 반성적이었다. 해외 로케이션 영화들은 모국의 땅을 벗어나 고통 받는 한인 디아스포라 주체, 고립된 디아스포라 주체, 인격적 모독으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디아스포라 주체를 전면에 내세워 ‘우울한 한인 디아스포라’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민족서사에서 말해지지 않은, 말해질 수 없었던 모국을 떠난 한인의 적나라한 자화상을 드러냈다. 이러한 우울한 한인 디아스포라의 서사 속에서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 한계적인 상황은 이들에게 안식처였던 집을 갈등의 근원지로 뒤바꿨다. 그동안 민족서사에서 시각화될 수 없었던, 시각화되지 않은 디아스포라 삶의 민낯을 보여주는 공간적 기호를 더욱 적나라한 색채로 그리면서, 이 시기 해외 로케이션 영화는 그들의 타락과 몰락과 방황을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며 상실한 인격을 되찾기 위해 인격상실의 마지막 길목에서 선택한 자기방어의 결과였다고 말한다.


From 1987 to 1997, the Korean film industry was re-constructed from the closed and controlled paradigm of production to the open and self-regulating one. During this transitional period, Korean film productions strategically went abroad for filming to get back their hegemony in the Korean film industry that was under the influence of Hollywood movies. The negative and competitive conditions against Hollywood movies became a spatial signifier what this paper will call as a ‘unhomely narrative’ in the Korean movies filmed abroad during this period. Those films were more critical and self-reflective in visualizing diasporic Koreans. This paper will analyze them as a melancholy diasporic subject and spaces that they occupy and leave as what Homi Bhabha theorized the unhomely in particular focusing on the following films: <America America>, <For Agnes>, <Susan Brink’s Arirang> <Berlin Report>, <Western Ave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