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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예술론』은 이해하기가 몹시 힘든 책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처럼 셰익스피어 전 작품을 하나의 통일된 관점에서 보고자 한 원대한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동안 셰익스피어 연구가 세분화되면서 그의 작품을 미시적으로 접근해온 방식들을 새롭게 고찰해 볼 필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최재서교수의 이 저서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최교수는 또한 셰익스피어 비평이론들을 무조건 수용하기 보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서, 무비판적으로 외국이론을 수용하는 자세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서 그 이론들을 실제 비평에 적용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이 책에서 드러나듯이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먼저 최 교수는 영미의 비평가들의 이론을 원용해서 자신만의 이론체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치밀한 논리의 전개를 통해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가 사용하는 용어들의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 하나의 예가 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는 문학의 이념을 질서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문학의 본질은 가치 있는 체험의 기록이고, 문학의 기능은 쾌락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 본질과 이념과 기능을 세세하게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 같은 구분이 실제 셰익스피어 극작품의 해설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연관성을 알기가 어렵다. 이 책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의 본질을 밝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은 이제 학문 후속세대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