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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국가』(Politeia)는 서구지성사에서도 손꼽히는 고전 중의 고전에 속하며,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에도 이 작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국가』의 핵심적인 논의들 가운데 한 가지로 이른바 ‘철인왕’ 담론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의 저술동기이자 궁극적 지향점인, 인간의 공동체를 정의가 살아 숨쉬는 “이상적인 나라(kallipolis)”로 만드는 것은 바로 철인왕의 과업이자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주제는 플라톤이 구상한 철인왕은 누구이며, 그에게는 어떤 역할이 주어졌는지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고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플라톤의 철인왕에 관해 다시 논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이 철인왕 담론 속에는 2017년 현재 우리 한국사회에서 무엇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희귀한 가치개념 중 하나인 ‘정치적 리더십’의 의미와 역할이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꽤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상당히 설득력 있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국가 운영의 자격을 갖춘 철학자는 어떤 존재인가? 첫 번째, 철학자는 “지혜(sophia)”를 추구하고 “진리(alētheia)”를 관조하기 좋아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유형의 학습과 배움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성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철학자는 내면의 불필요한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절제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 통치에 참여하는 철학자는 국정의 책임자로서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지도자로서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함으로써 구성원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최상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철인왕은 내적으로는 지성과 절제의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망을 거의 완벽하게 컨트롤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또한 외적으로 철인왕은 국가운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정의감과 용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나아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깨닫고 이를 제대로 발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국가조직의 잠재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지도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우리 한국사회는 한편으로 지난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제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 경제 양극화, 지역·세대 간 갈등, 북핵과 통일문제 등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른바 ‘헬조선’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리더와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때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플라톤의 시각에서 볼 때 그 원인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사실상 철인왕 리더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정의와 평등 같은 공공선의 추구를 통해 공동체에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나 공인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는 망각한 채, 오직 사적인 이익과 허명 같은 개인의 영달만을 좇는 삶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철인왕으로 지칭된 국가의 리더는 누구이며 어떤 능력과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존재론적·인식론적 차원의 자격),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때 올바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덕·윤리적 차원의 자격), 『국가』의 서술내용을 중심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플라톤은 철인왕이 이상적인 나라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국정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며, 또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응하는 판단원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였는지(실천적·정책적 차원의 자격), 『국가』편의 다양한 논의 맥락들 속에서 단편적으로 제시된 그의 정책적 단상들을 매개로 음미해보고자 한다.


The Republic, one of the most famous and influential classic works in the world, focuses on the way of happy life of the ideal polis state(kallipolis). The main subject of this work is, as we all know, justice(dikaiosynê). In the meanwhile, one of the main themes of this very important book is the so called “philosopher king”. Philosopher kings are the rulers of Plato’s ideal polis state. According to Plato, if the ideal state is to ever come into being, philosophers must become kings, or those now called kings must genuinely and adequately philosophize. Plato defined the philosopher as an wisdom(sophia)-lover. Philosopher is the only person who has access to Ideas and loves true knowledge(epistemê). He can also have virtues(aretē) which Plato emphasizes as very important moral elements of the ideal state. In this thesis we will discuss the following questions. 1) Who is the real leader of the ideal state and which qualification is needed for it? 2) What is the real condition of leadership in the ideal state? 3) What is the principle of the rule by philosopher king? 4) How can philosopher kings solve the practical problems in the rule of the ideal st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