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1981년 파리 독일 문화원에서 개최된 가다머와 데리다의 논쟁은 철학적 함축이나 구조적 측면에서 많은 평가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 논쟁이 이해 개념에 대한 해석학적 재반성을 요청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이 논쟁은 첫째, 해석학적 이해구조 해명에서 이해자의 도덕적 태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해석학적 이해를 도덕적 현상으로 규명하게 하는 단초가 된다. 이 논쟁 후에 가다머가 본격화시키는 해석학의 실천철학적 기획에 이 논쟁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둘째, 해체주의 철학과 해석학의 공통된 편견을 명백하고도 공공연하게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 즉 해체주의 철학은 ‘의혹과 불신의 해석학’이고, 이 해석학의 선구자는 니체며, 그런 한에서 니체 철학 자체가 가다머의 ‘공통된 의견 형성의 해석학’과 대립적이라는 편견을. 이 논쟁이 그런 편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었기에, 오히려 그 편견을 교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 이 논쟁 후에 실제로 가다머는 대화적 이해의 개념을 좀더 구체화시키며, 그렇게 구체화된 대화적 이해의 목표와 니체의 ‘힘에의 의지의 해석학’의 목표는 결코 대립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