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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플라톤의 소피스트편에 나오는 “완전한 존재”는 가지적인 형상도, 존재자 전체도, 형상과 영혼을 합한 것도 아니며, 오직 영혼의 자발적 운동을 의미한다. 그것은 무규정성으로 흩어지는 일반적 운동과는 거꾸로 동일성을 넘어서 “존재화하는” 운동이므로, 형상과 더불어 “완전한 존재”로 불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운동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반-감각주의자이며 온건한 정지론자인 “형상의 친구들”에게 능동적 운동이라는 이 독특한 운동이 형상과 동등한 지위의 “완전한 존재”임을 인정케 하려는 의도로 나온 것이므로, 여기서는 형상이 아니라 오직 이 운동만을 가리킨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능동적 운동에 의해 인식되는 형상은 자기 동일성을 가진 존재이며, 동일성은 반복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것은 장소를 달리하여 나타날 수 있으며, 장소를 달리 한다는 것은 운동과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동일성 자체가 이미 관계 일반과 관계를 맺은 존재 방식이므로, 자기 동일성을 가진 형상은 인식한다는 능동적 운동과 관계 맺을 수 있고, 그런 한에서 일종의 작용을 받는 것, 즉 수동의 상태에 있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성을 잃지 않는다. 타자의 운동에도 불구하고 자신임을 잃지 않는 것이야 말로 동일성의 본성 자체이기 때문이다.소피스트편 248e7-249a2에는 “완전한 존재(pantels on)”에 관한 유명한 기원(祈願)이 나온다. 얼핏 보면 앞뒤도 없이 갑자기 튀어 나오는 듯한 이 감탄문을 두고 주석가들 사이에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이 논문의 의도는 그 구절의 의미를 밝히고, 그것이 앞뒤의 문맥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해명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구절만 떼어서 고찰하는 것으로는 곤란하고 적어도 바로 직전에 나오는 “형상의 친구들”에 관한 부분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