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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와 氣,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어떤 관계의 것으로 보는가에 따라 性이 발한 情에 있어 사단과 칠정의 관계 또한 달리 이해된다. 고봉에 따르면 퇴계는 그 둘을 對待의 관계로 보는 對說을 주장하고, 고봉 자신은 그 둘을 因仍의 관계로 보는 因說을 주장한다. 본고는 퇴계와 고봉간의 사단칠정논쟁에 있어 대설과 인설의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가를 해명하며, 그 과정에서 퇴계의 대설이 인간의 성과 정을 보다 더 적절히 분석하고 있음을 밝혀보고자 한 것이다. 일단 사단칠정논쟁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밝힌 후(Ⅰ장), 리와 기,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서로 다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리발의 사단과 기발의 칠정을 서로 대대적인 것으로 해명하는 퇴계의 對說과 그 둘을 근거와 그로부터 산출된 결과의 因仍 관계로 놓음으로써 칠정 안에 리발을 포함시켜 이해하는 고봉의 因說을 구분해본다(Ⅱ장). 그리고는 그 차이를 월인천강의 비유 속에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한다. 대설에 따르면 각각의 강에는 강물(기질)의 차이와 무관하게 평등한 하나의 달(태극, 본연지성)이 내재해 있지만, 인설에 따르면 강에 비친 달은 하늘의 달(본연지성)이 각각의 기질 안에 떨어져 형성된 달 그림자(기질지성)이다. 대설이 인간의 본연지성을 각 개체의 기질적 차별성을 넘어서는 보편적 본성(평등성)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理氣不相雜’의 원리에 철저하기 때문이다(Ⅲ장). 나아가 ‘理氣不相離’의 원리는 대설에서 ‘理發氣隨之’와 ‘氣發理乘之’를 통해 설명된다. 리발의 사단에도 ‘氣隨理’로서 氣가 작용하고, 기발의 칠정에도 ‘理乘氣’로서 理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사단에서 理發의 理와 칠정에서 理乘의 理는 理一之理와 分殊之理로 구분되며, 칠정에서 기발의 氣와 사단에서 氣隨의 氣는 形氣와 心氣로서 서로 구분된다는 것을 밝힌다. 그렇게 함으로써 리기가 함께 작용하므로 둘다 리발이기도 하고 기발이기도 하다는 因說을 비판하고, 다시금 사단과 칠정을 리발과 기발로 구분한 퇴계의 對說을 지지하도록 한다(Ⅳ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