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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18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본형법이 한국형법에 미친 영향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이를 평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화기에 일본은 장차 조 선을 지배할 의도로 법제를 개혁하는 과정에 개입하게 되었으며, 당시의 개혁세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었다. 우여곡절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본형법을 근간으 로 한 형법대전이 1905년 반포되었지만, 그 이후 노골적인 침략의도는 1912년 조선형 사령의 제정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조선의 개화기의 혼란 속에 생성되기 시작한 한국의 형법은 자생적 능력 이 부족한 사회현실에서 불가피하게 외국 형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야심을 위해서는 근접한 조선을 발판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일본의 입장 에서 조선의 형사사법제도는 그러한 식민지 지배의 도구로서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조선의 개화기 형사사법제도와 형법의 형성과정에 미친 일본형법의 영향은 형법의 역기능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으며 향후 조선의 식민지화를 위한 전제(前提)작업(作 業)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1945년 일본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후 미군정시기를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독립이 되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형 법전을 만들어 낼 학자도 거의 없었지만 식민통치의 악법으로 상징되던 일본의 형사 법령을 벗어버리고 자주국가의 형법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은 절박하였 다. 그렇지만 완전히 새로운 형법을 제정하고 싶은 열망은 크고, 제정할 수 있는 능력 이나 시간은 부족한 상황에서 당시 형법제정에 참여하였던 사람들이 손쉽게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 1941년 완성된 일본개정형법가안이었다. 결국 다시금 일본 형법은 한 국형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009년 한국에서 형법은 한국사회의 평화로운 공존질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요한 관심사는 제대로 된 한국형법전을 갖는 것이지만, 이를 위한 형법개정작업에서는 여전히 일본형법가안은 논의의 대상이며, 현행 일본형법의 내 용과 해석론도 빠지지 않는 주요 참조사항이다. 100여년 전에 시작되고 50여년 가까 이 역기능을 수행했던 일본형법의 영향은 아직도 청산과 모방의 대상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의 과정에서 상호간의 영향이란 항상 있을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한때 일방 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이 일방을 배척하는 근원일 수 없으며, 일방에 얽매임의 당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형법은 각자의 사회에서 평화로운 공존질서의 확립을 위해 순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형법의 순기능을 위해서라면 어두 웠던 과거 형법역사를 통해서 현재 형법을 재고(再考)하고 더 나은 미래의 형법을 구 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