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필자의 관점에서 퇴계와 고봉의 논쟁은 형식적으로는 ‘일상 언어’와 ‘인공적 언어’의 충돌이었고, 내용적으로는 ‘도덕적 감정의 일상성’ 대 ‘감정 일반의 비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된 이 논쟁은 내용의 불일치보다는 논쟁의 형식적 측면, 즉 양자 간 사용하는 언어체계의 상이함에 그 주된 원인이 놓여 있다. 퇴계는 지극히 일상 언어적 측면에서 사단과 칠정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한다. 이에 반해 고봉은 사변적 관점에서 사단과 칠정의 형식적ㆍ구조적 유사성을 강조한다. 필자는 분석철학에서 사용하는 ‘INUS 조건’이 퇴계 사칠설의 일상 언어적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INUS 조건이란 ‘어떤 결과의 발생에 대해 필요하다기보다는 충분한 조건들 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을 가리킨다. 퇴계가 말하는 리발(理發)과 기발(氣發)은 사단과 칠정에서 각각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을 의미한다. 즉 사단에서는 리가, 칠정에서는 기가 INUS 조건이다. 이때 사단에 기적 조건이, 칠정에 리적 조건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렇게 이해할 때 퇴계의 호발설은 고봉의 논리적 관점을 배제하지 않는다. 다만 일상 언어의 측면에서 무엇이 주된 원인인지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退溪和高峰之间所展开的四七论争乃形式上是‘日常语言’和‘逻辑语言’之间的论争, 却内容上则为‘道德感情之日常性’和‘对感情一般之脱道德倾向的忧虑’之间的冲突。不过, 比较長时间所进行的此论争的主要原因不在于内容上的差别, 而在于形式上两人所使用的语言之差异。退溪则完全从日常语言的角度上照明四端和七情的主要原因;却高峰则从逻辑观点上强调四端和七情之间存在的形式上结构上的相近。笔者认为以分析哲学所使用的‘INUS条件’更分明地展示退溪四七说上的日常语言特征.INUS条件是‘对于某种结果发生上所需要的从分条件中最重要的因素, 却其因素并不是必要条件’。再说, 最重要的某种原因乃是INUS条件。这么说, 退溪所说的理发和气发乃是四端和七情的‘最重要的原因’即INUS条件。再说, 理乃是四端的,气乃是七情的INUS条件。不过, 这并不意味着四端中没有气的原因;七情中没有理的原因。按照这种理解, 则退溪并不否定高峰的逻辑分析。但他强调日常语言上最重要的原因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