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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근본적으로 허구의 구조물이고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환상’은 소설의 본성과 원천적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2000년대 소설의 ‘환상적 경향’은 이전까지 합의해 온 ‘리얼리티’의 외부를 지칭하던 ‘환상’이 눈에 띄게 빈번히, 적극적으로 나타난 현상임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최근 십여 년간 ‘환상’이 소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다양하게 언급한 논의들을 살펴, 환상과 서사, 환상과 리얼리티, 환상(성)과 환상의 작동 등의 문제를 검토하였다. 첫째, 2000년대 소설에서 환상은 세계에 대한 주체의 서사적 전략이자 글쓰기의 상투화된 관습을 거부하는 의식의 표출로 파악될 수 있다. 이때 ‘환상’은 현실과 정반대되는 어떤 실체처럼 여겨지고, 소설 속에서 그것은 늘 ‘사용’되는 것이 아니지만 특별한 목적에 의해 활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기법’의 하나처럼 생각된다. 이 경우 환상의 효용은 선명해지고 문학적 의미는 뚜렷해진다. 둘째, 2000년대 소설에서 빈번해지고 만연해진 ‘환상’은, ‘환상성’ 자체의 증대라기보다 ‘현실(성)’ 혹은 ‘리얼리티’의 개념을 구성하는 조건 전반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리얼리티의 기반이 경험 현실에서 매체 현실로까지 이동, 확대되었고, 리얼리티를 생산하는 양식이 재현 관습을 넘어 폭넓어졌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더 확장되고 풍성해진 것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일 것이다. 셋째, 2000년대 소설의 허구가 실행되는 차원이 현실의 맥락에 밀접하게 얽히는 현상이 전보다 더 당연시되고 확장되었다는 의미에서 환상의 심화를 얘기할 수 있다. 어떤 소설에서 ‘환상’이 작동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 환상을 현실로 믿는 일이라기보다 우리 삶의 어떤 맥락이 그 환상에 의해 현실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난 세기에는 재현된 리얼리티가 현실 그 자체와 같은 위상에 놓였듯, 2000년대적 환경에서는 실현된 환상이 현실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환상은 제작된 질서일 뿐만 아니라 정신 활동의 계기이다. 환상을 사유하는 일은 환상 자체의 역할 혹은 지위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재)인식하게 되는 것은 차라리 현실, ‘현실’이라 불리는 어떤 고정성, ‘현실’이라 믿기는 가장 공고한 환상이다. 유동하는 환상에 대해 계속해서 사유하지 않으면 세계는 가장 불편한 현실로 응고되고 말 것이므로.


Fantasy as a wide notion is based on every story. However we had a remarkable tendency to depict ‘Fantasy’ in Korean story and novel in 2000's. We have examined the situations between fantasy and story in 2000's. First, ‘fantasy’ is a kind of strategy for the literary narratives. Because it could function specially as a weak subjectivity. Second, fantasy is another reality in the changed circumstances. Because it would renovate the conventional patterns of representation. Finally, fantasy is not only a logic of fictions but a moment for thinking. We could not think so much about ‘fantasy’ itself as about new, natural, and necessary real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