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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사건이 발화시점보다 먼저 일어난 경우에도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독일어에서나 한국어에서나 전이직시 때문이다. 독일어에서는 현재시제와 과거시제에서 전이직시를 찾을 수 있다. 발화시점보다 앞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된 현재시제는 지나간 시점에 일어난 사건을 발화자의 현재로 불러와서 보는 것이다. 뷜러의 비유를 빌리자면, 산이 모하메드에게 오는 것이다. 반면에 독일어의 과거시제는 현재완료와는 달리 발화시점보다 앞서 일어난 사건을 그 사건시점으로 가서 보는 것이다. 비유로써 말하자면, 모하메드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관찰시점과 발화시점이 일치하는 것이다. 사건시점에 사건을 관찰한다는 것은 사건시점에 사건장소에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동시성의 시각과 아울러 간접적으로 동소성의 시각도 생기게 되며, 거꾸로 동소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시성이 생길 수도 있다. 시간부사어도 동시성의 시각을 만들 수 있으며, 장소부사어 중에는 조응어이면서 전이직시적 성격을 갖는 표현이 동소성의 시각을 만들고, 또한 간접적으로 동시성을 만든다. 반면에 한국어에서는 현재시제로써 동시성의 시각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독일어의 과거시제가 하는 역할은 시제 중에는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시대명사 ‘이’와 ‘이’를 포함하는 조응어들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하며,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그러한 조응어들의 경우에도 역시 ‘이’가 갖는 전이직시적 성격에 의해 동시성 및 동소성 시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독일어든, 한국어든, 한 이야기텍스트에서 동시성 및 동소성 시각은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동시성 및 동소성 시각의 방향도 일관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