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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럽연합의 위기가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실제로 더 심각한 것은 그런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공동체적 협상 방안이 아니라 국민국가의 이기주의를 보이는가 하면 독일의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 논리가 관철되면서 유럽 내 독일 중심의 불평등한 관계가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결국 유럽은 분열이라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물론 독일이 21세기 누리고 있는 이 새로운 권력의 형태는 과거에 서로마 제국이나 프랑크 제국 등이 하나의 유럽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나 무력에 의한 ‘광기어린 팽창주의’와는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경제력으로 매우 빠르게 유럽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Vgl. Beck 2012, 49). 이와 같은 맥락에서 브뤼셀의 젊은 역사학자 데이비드 엥겔스의 최근 저서는 유럽연합의 위기에 대한 중요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제국으로 가는 길. 유럽연합의 위기와 로마 공화정의 몰락 Auf dem Weg ins Imperium. Die Krise der europäiche Union und der Untergang der römischen Republik』(2014)에서 저자는 현재 유럽연합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단순히 경제적 위기 때문이라고만 보지는 않는다. 물론 경제적 위기를 통해 더욱 가시화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유럽적 가치, 정체성의 위기야말로 평화롭게 하나의 공동체적 형식을 이루고자 한 유럽연합의 위기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이 경제위기 앞에서 시장의 논리를 앞세워 민주주의, 관용, 인간적 삶에 대한 존중, 평등,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 평화와 연대 등과 같은 가치를 상실함으로써 결국 유럽적 정체성도, ‘하나의 유럽’이라는 연대의 필요성도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엥겔스는 유럽 역사에서 이미 유럽적 가치가 상실된 적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바로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정이 위기에 빠졌던 시기였으며(Vgl. Engels 2014, 17f.) 그러고 나서 로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더불어 ‘제국’으로 넘어간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오늘날 유럽연합의 위기는 어쩌면 제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강력한 중심이었던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제와 더불어 유럽을 통합했던 로마 제국과 달리 과연 독일이 주도하는 ‘메르켈의 유럽’이 과거 로마 제국처럼 막강한 패권으로 유럽을 통합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나 있을까? 현재 독일 주도의 이 불평등한 관계로 인해 ‘하나의 유럽’은 오히려 분열과 해체로 가는 것은 아닐까? 유럽이 가까운 미래에 그간의 정치적 쇠락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계사에서 독립적이고 믿을만한 하나의 행위자가 될지, 아니면 연합이라는 과정에서 그저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경제적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데 그칠지, 그도 아니면 중국과 일본 관광객으로 연명하는 자연 박물관으로 전락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유럽이 제도적으로 서로 연합하고 미국, 중국, 일본 등과 나란히 세계정치에서 초국가적 협상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는 ‘하나의 형식’이 되고자 한다면 우선 유럽적 가치를 회복하고 사회적 통합을 먼저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어떻게 개별 민족국가와 그것을 초월한 유럽-공동체주의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찍이 하버마스가 지적한 것처럼, 통합 문제에서 진정한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편은 한 국가의 “국민적 연대성을 유럽 전체 차원에서 초국가적으로 확장 eine transnationale Erweiterung der staatsbürgerlichen Solidarität quer durch Europa”시키는 것이다(Habermas 2012, 93). 문화적 통합을 위해 각각의 다른 민족적 정체성도 서로 포용하고 문화적으로도 서로 개방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처럼,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도 시장의 논리보다는 사회적 정의를 초국가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더욱 유럽적 mehr Europa”(Vgl. Beck 2012, 33)이 되는 것이다. 문화적 통합을 위한 민족문화의 개방이 각 민족문화의 소멸이 아니라 확장과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유럽이 민족국가의 틀을 개방할 때 국민과 이익, 주권성 또한 유럽적 차원에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랬을 때 유럽은 벡과 하버마스와 같은 유럽주의자들이 말한 것처럼, ‘하나의 사회적 유럽 ein soziales Europa’으로서 거듭나고 그들의 역사에서 ‘완전히 낯선 진행’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파리 테러 사건 후 최근 독일 및 유럽에 불고 있는 극우주의 및 반이슬람적 운동(가령 페기다 Pegida)을 보자면 이 길도 무척 요원해 보이지만 말이다.


In dieser vorliegenden Arbeit versuche ich, ‘das deutsche Europa’-Phänomen als ein Krisensymptom, das die Spaltung Europas mit sich bringen könnte, zu analysieren, und versuche, zu erläutern, dass nun ein Europa-Konzept in Gefahr gerät. Seit der finanziellen Krise von 2008 sind mögliche Gefahren für Europa in aller Munde. Allerdings bringt die wesentliche Gefahr nicht die Krise in der EU selbst, sondern die Vorgehensweise, mit der man die Lösung sucht: Während andere europäische Länder wie die Niederlande, Frankreich, Österreich und Italien gemeinsame Lösungen vorschlugen, hat Deutschland hingegen eine ‘nationale Strategie’ in den Vordergrund gestellt, und 2012 den finanziellen Rettungsschirm nach seiner Vorstellungen gestaltet. Deutschland zwingt dadurch den Schuldnerländern eine harte Sparpolitik auf, wodurch die Unabhängigkeit und Autonomie der Finanzpolitik in den Schuldnerländern beeinträchtigt wird: Die ‘dramatischen Fehler’ der deutschen Lösung erreichen im Fall Griechenland die Spitze. Daraus entsteht ‘das deutsche Europa’, und zwar mit der gegensätzlichen Struktur(die Reichen vs die ‘Schuldkolonien’), wobei eine hierarchische Ordnung statt der Gleichberechtigung und Demokratie zwischen den Mitgliedsländern innerhalb der EU beobachtet werden. Nun fragt es sich, ob die EU noch nach den eigentlichen europäischen Werten funktioniert. Denn das wirtschaftliche Eindringen Deutschlands als eine Großmacht könnte an das Prinzip der alten vergangenen Imperien in der europäischen Geschichte erinnern. Insofern muss in Europa heute eine andere Form der Einheit als die substanzlose EU konstituiert werden. Allerdings bleibt noch eine Möglichkeit übrig, ein soziales Europa durch “mehr Europa”(U. Beck) von unten neu zu bil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