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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주제는 홉스의 정치이론이 어떤 점에서 고전적인 정치이론들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근대적 의미의 정치이론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했는가이다. 그러므로 본 논문이 의도하는 것은 소위 고전적인 정치이론이 어떻게 홉스의 정치이론의 등장과 함께 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었는가를 다르면서, 어떤 새로운 점을 통해서 홉스가 근대적 의미의 자유주의적 정치이론을 시작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고전적인 정치이론과 홉스의 정치이론의 비교가 전면에 부각된다. 이러한 논문의 의도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필자는 정치의 본성, 정치와 도구적, 기술적 사유 사이의 관계, 그리고 정치적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관계라는 세 가지 문제를 선택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고전적 정치이론과 홉스의 정치이론을 비교한다. 논문의 주제를 이렇게 한정한 것은 이러한 주제들을 통하여 홉스 및 근대의 자유주의적 정치이론과 고전적인 정치이론의 성격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필자의 믿음 때문이다.본 논문에서 논의 되었던 주요한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홉스는 이기적인 인간관과 기계적인 자연에 대한 근대적 관점에 입각해서 전통적인 정치철학과의 근본적이 단절을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선하고 정의로운 삶에 대한 이론으로 간주되어온 고전적인 정치이론은 붕괴되었고, 홉스와 함께 이제 정치는 개인들의 생명의 보존을 통헤 사람들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시키는 질서를 산출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둘째로 홉스와 함께 인간 사이의 평화로운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어떻게 형성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정치의 근본적인 물음으로 대두됨에 따라, 고전적인 신중함pronesis에 대한 강조가 소홀히 취급되기에 이른다. 정치에서 신중함이라는 덕의 상실은 동시에 신중함의 이론에 내재되어 있던 정치의 고유한 성격, 즉 상호 주관적인 대화와 토의를 통해서 공적인 삶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정치적 자율의 이상이 망각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사실을 필자는 정치에서의 실천과 제작의 아리스토텔레스적 구별의 상실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홉스가 자신의 정치이론에서 개인 생명의 자기보존을 유일한 선으로 간주하는 점이 지니는 정치이론적인 함축을 강조한다. 달리 말해 홉스의 정치이론과 더불어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입장에 혁명적인 변화가 발생하였다. 왜냐하면 홉스의 정치이론과 함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 것은 정치적 공동체에 대한 의무나 정치적인 공동체의 이익과 자기의 삶을 일치시키는 시민적인 덕이 아니라 각 개인의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선 개인을 공동체에 비해서 우선적인 출발점으로 간주하는 홉스의 정치이론은 각 개인의 평등하고 보편적이 냥도 불가능한 권리에 대한 생각과 이에 기초하여 국가권력의 폭력적인 억압과 침해로부터 각 개인의 권리를 보존할 수 있는 여러 정치적 장치들을 고려하는 사고를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론적 그리고 윤리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고전적인 정치이론의 전통으로부터 개인을 우선적으로 사고하는 근대의 정치이론이 지니는 한계점이 언급되어야만 한다. 즉 홉스에서 출발하는 근대의 개인주의적 정치론에서는 인간 상호 간의 관계가 각 개인의 이기적인 활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립적 영역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