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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목적은 인간 지성혼의 존재론적 규정을 둘러싼 13세기의 논쟁 구도 속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작 지성단일성론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저작에서 토마스가 공격하는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의 핵심 주장은, 인간 지성은 비질료적 형상이므로 개별적 신체의 형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맞서는 토마스의 논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관을 지닌 물리적 신체의 제일현실성”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 정의는 지성을 포함한 영혼 전체에 적용되는 정의이며, 지성의 불멸성 관념은 이 보편적 적용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이는 것. 둘째, ‘이 인간이 사유한다’는 자명한 명제가 정당화되는 길은 사유 능력인 지성의 개별성을 전제하는 것 외에는 없다는 점을 보이는 것. 이러한 논변을 통해 토마스는 ‘신체의 형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 규정과 ‘자립성과 불멸성’이라는 그리스도교적 규정을 자신의 지성 개념에서 양립(조화)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토마스에게서 ‘신체의 형상으로서 존재한다’는 지성 규정과 ‘신체와의 결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지성 규정의 동시적 양립은 신의 전능한 창조력에 대한 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적 신체와 실체적으로 결합된 비질료적 형상’의 존재 여부에 대한 토마스와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의 견해 차이는 신적 이성의 전능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주목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 또한, 토마스는 지성의 개별성을 신앙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성적 근거에서는 신앙과 상충되는 결론(지성의 초개별성)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비판하거니와, 이는 토마스와 아베로에스주의자들이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13세기 그리스도교 세계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용이 낳은 대표적인 이론적 결과물 중 하나인 토마스의 지성론 - 비질료적 형상인 지성이 곧 개별적 신체의 형상이다–은 신적 이성의 전능성 및 신앙/이성의 관계에 대한 그의 고유한 관점과 연결되어 있는 이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