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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화전가류 가사의 창작 및 소통 맥락과 문학적 기능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규방가사의 특성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하였다. 논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첫째, 화전가류 가사는 우리가 종래에 이해하던 것처럼 화전놀이의 현장에서 즉석으로 창작된 것이 아니다. 화전가류 가사는 놀이가 끝난 이후에 창작되고 문중에서 소통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답가를 산출하였는데, 이는 화전가류 가사의 가장 일반적인 창작 및 소통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화전가류에 문답 형태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둘째, 화전가류 가사의 소통의 맥락은 화전놀이가 일회성 행사로 그친 것이 아니라 가사를 통한 조롱 형태의 놀이를 통해 일상의 생활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조롱 형태의 놀이는 우선 화전놀이의 현장에서 서로 친한 사람끼리 조롱 투의 才談을 주고받는 상황으로 연출된다. 이와 같이 형성된 흥취는 화전놀이가 끝나면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놀이 공간을 벗어나 가사로 기록되면서 놀이적 상황이 다시 한 번 문학적으로 연출된다. 이러한 문화적 공간에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의 소회를 가사에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규방가사가 산출되었다.셋째, 가사를 통한 조롱 형태의 놀이 역시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이어지며 문중 구성원 간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조롱을 통한 논쟁이 결코 파국으로 끝나지 않고 구성원의 화합과 자긍으로 귀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화전놀이나 화수회 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중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필요했고, 조롱 형태의 가사를 통한 화전놀이의 생활 문화로의 정착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화전놀이 자체는 파했다 할지라도 조롱 형태의 가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문학적으로 연출함으로써 명년 모임까지 그 흥취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후에도 문중 구성원 모두가 시공간의 제약에 따른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그 흥취를 공유하였고, 가문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Creation, Communication and the Meaning of Hwajeonga from a new Persp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