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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신분석적 시학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언어학과 시학과 정신분석이 서로를 가로지르며 형성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은유’와 ‘환유’라는 수사학적 개념을 중심으로 야콥슨, 프로이트, 라캉의 관점을 비교 분석하고, 이 두 개념의 관련성을 고찰하려 한다.야콥슨은 프로이트가 말한 꿈 작업의 네 가지 요소 중에서 전위와 압축을 인접성에 바탕을 둔 것으로, 그 외에 동일시와 상징주의를 유사성에 바탕을 둔 것으로 간주한다. 프로이트의 전위를 ‘환유적’으로, 압축을 ‘제유적’으로 보고, 동일시와 상징주의를 ‘은유적’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야콥슨은 프로이트의 압축과 전위가 지닌 무의식의 내면 법칙을 간과하고 표면적인 현상만을 고려하여 언어학적인 수사학의 관점에서 정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압축이 지닌 ‘생략 - 부분 선택 - 통합과 용해’의 과정은 라캉의 은유에서 ‘기표의 대체 - 기표와 기의의 자리바꿈 - 억압과 긴장 - 의미 효과’ 등의 과정으로 변환된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중층결정적인 ‘통합과 용해’의 과정을 ‘기표의 대체’와 ‘기표와 기의의 자리바꿈’이라는 구조언어학의 개념으로 번역하는 동시에, 언어학적 논리로 포착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작용을 드러내기 위해 ‘억압과 긴장’ 및 ‘의미화 연쇄’의 개념을 사용하는 듯이 보인다. 한편 라캉은 환유를 ‘생략’과 ‘결여’와 ‘욕망’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환유 개념은 ‘생략- 결여- 욕망’으로 전이되는 무의식적 욕망의 변증법을 내포하고 있다. 은유와 환유는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 억압된 기표와 그 대체물 사이의 긴장 속에 환유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로부터 은유의 불꽃이 발생한다. 은유가 의미의 발생이고 환유가 무의미 속에서 미끄러지는 것이라면, 은유는 환유의 흐름 속에서 생성된다고 볼 수 있다. 무의미가 의미를 발생시키는 토대라면, 환유가 은유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라캉은 은유와 환유를 통해 무의식적 주체의 발생과 욕망의 지속을 언어적 법칙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라캉이 정신분석적 수사학인 은유와 환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기표에 의해 지워지면서도 실재계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주체의 양상이며, 그 결여를 넘어서 불가능한 향유로 나아가려는 욕망의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