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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통담론은 그 계보학적 탐색과 진단을 요청받고 있다. 전통은 과거의 특정 역사를 의도적으로 불러낸 결과이다. 특정 공동체가 정체성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대개는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내고, 그 시간적 간격을 메워 불멸성, 말하자면 하나의 연속적인 자아를 상상한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호출되어 나오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 전반을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전통이란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어 민족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욕망의 표현, 곧 현재적 필요에 따라 상상된 문화의 총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는 항상 ‘전통의 호출’ 혹은 ‘전통의 발명’을 통해 끊임없이 현재로부터 부과되는 질문들에 답을 찾고 있는 셈이다. 각종 포스트주의들이 난무하는 21세기 이 개명한(?) 세상에서 과거의 전통담론들에 고착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특정 정치 체제나 세력이 어떤 이유로 특정의 역사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대한 해명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리고 소외되고 망각된 과거의 기억을 다채롭게 불러내고, 하나의 근대적인 동일성의 차원이 아니라 다성적(多聲的)이면서도 중층적인 정체성에 대한 탐색 작업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통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의 배후에 심각한 열등감이 놓여 있지 않은지, 혹은 그 보상을 위해 무작정 상찬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성찰 위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전통이 단순히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문화 권력, 곧 하나의 담론이거나 담론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담론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역사적 과정과 그 기능에 대해 물음으로써, 전통을 공부하는 것이 이데올로기적 행위일 뿐 아니라 근대 이후 권력으로서의 자본의 지배와 그것의 역사를 재생산하고 공고화하는 작업이지 않은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전통이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의한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 하버마스J. Habermas의 견해에 굳이 기대지 않더라도, 비로소 전통이 유의미한 자리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요컨대 전통에 대해 자유롭고도 격렬하게 비판을 가함으로써, 그 내부에 항상 토론의 여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둘째, 그 동안 불온하게 주입된 기억에 균열을 내는 한편, 강요된 망각의 장막을 걷어내는, 기억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전통담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배담론에 대항하는 여러 기억counter-memory들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그것들을 적극 되살려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셋째, 아래로부터의 관점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소수자의 존재와 그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너리티는 주류 다수자의 기득권 체제에 구멍을 내고 그것을 무너뜨려 바꾸려는 비주류 저항․도전 세력이다. 차이를 동반하며 영원회귀적으로 반복되는 다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차이를 동반하며 반복 등장한다. 이처럼 기성체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면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소수자 되기야말로 진보의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 서발턴Subaltern 개념이다.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호출되어 나오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 전반인 전통의 속성과 관련하여, 그리고 전통담론의 해체와 그 전망을 모색하려는 향후 과제를 놓고 볼 때, “헤게모니적 담론을 위기로 몰아넣는” 전략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서발턴의 시각을 전통 논의에 적극 도입해 보는 것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Now the traditional discourse is made a ask for genealogical diagnosis. The tradition is the result of intentional interpretation of the past. When a community is faced at a crisis of identity, it invokes the memory of the past and images a successive ego. Namely the tradition is the expression of the desire which reconfirms national identity by invoking the memory of the past, or is ‘imaged wholeness of the culture’ by made in the need of the present. Thus if we have a fixed idea of the past traditional discourse in a wild dance of the various ‘post-ism’, it must be the very ironic situation. Here is our starting point. We ought to seek our new perspective, and it will be a application of Subaltern in the study of the tra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