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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백석의 시를 중심으로 기존의 화자론이 갖고 있는 시인과 화자의 동일시라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무엇보다 현실의 시인과는 다른 목소리의 도입을 주체의 분열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분열된 주체는 언제나 큰타자의 세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아(화자)는 주체(시인)분열의 대가이다. 유년화자의 목소리가 현실의 메마름과 억압으로 인해 출현한 것이라면 이는 결과적으로 천진한 목소리의 뒤편에 그만큼 억압된 주체의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석의 시는 단순히 유년화자라고 말할 수 없는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다. 가령, 「여우난곬족」에는 성인 백석이나 어머니의 시점이 함께 노출되어 있다. 아이와 성인이라는 두 개의 주체, 유년과 성년이라는 두 개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목소리는 중첩되고 있는 것이다. 유년의 화자의 도입은 단순히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과는 매우 다른데, 이를 정지용의 시와의 비교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정지용의 시가 회상하고 그리워한다면, 백석의 시는 지금-여기에서 다시 경험한다. 결과적으로 성인화자의 목소리에 대해 독자는 ‘공감’하지만, 유년화자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한편 유년의 목소리가 도입된 이용악의 시를 비교하여 봄으로써 백석이 도입한 유년화자의 특성을 더욱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용악 시의 유년 화자의 목소리는 백석의 그것보다 훨씬 더 성인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유년의 목소리가 주체 분열의 대가라는 것은 두 가지의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하나는 분열을 만드는 질서와 시간의 메마름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목소리가 보여주는 일정한 태도들이다. 유년의 목소리가 분열의 결과라는 것은 백석의 시를 단순히 훼손되지 않은 공동체적 시간의 희구로 읽는 것을 부정하게 한다. 묘사된 유년이 풍요로울수록 그러한 유년을 불러오는 현실의 주체가 견디는 시간은 반대의 것이기 쉽기 때문이다. 천진한 유년의 목소리가 뒤편에 존재하는 거칠고 메마르고 아픈 현실과 대비를 이루면서 공감의 폭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백석의 화자들(유년화자나 성인화자를 포함한)은 삶에 대한 일정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학습적 태도라 이름할 만한 것으로 경험세계에서 화자가 순응해야 할 풍속과 속신에 대한 태도이다. 「고야」에는 ‘납일눈’을 받는 장면이, 「오금덩이라는곧」에는 ‘팥을 깔고 방뇨를 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제시된다. 이 세계는 배앓이와 고뿔고 “갑피기”를 견뎌야 하는 곳이며, 여우가 죽을 사람을 찾아오는 세계이다. 화자는 이러한 세계(풍속과 속신이 전해지는 말의 세계)에 대해 학습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어떠한 현실적 두려움에 대해서도 일정한 대응책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학습적 태도를 가진 화자를 통해 백석의 시는 삶의 메마름과 기억의 풍요로움, 속신의 두려움과 두려움을 이기는 풍속을 함께 보여준다. 이는 『사슴』의 화자들이 풍속과 풍물의 질서에 의해 분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This thesis investigated the problem of the identification of the poet and the persona especially analysing the introduction of another voice in the Back-suk's poems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disrupture. Back-suk's poems have the point of view of Back-suk or his mother. His poems have the voice of a child, and his child-persona helps realize the childhood experience as such. As already known, the disrupted subject is closely related to The Other. The persona in Back-suk's poems are shown as a grown-up or a child, and they are seen to try to learn the customs and the secularized God and the family relations. This seems that the personas are disrupted by the institutions and the customs. It can be supposed that the introduction of a child-persona is the strategy to overcome the pains of the real world. It also should be noted that an innocent voice is one of the way to gain the sympathy, and is related to the agonizing reality as a disrupted voice compared to a grown-up v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