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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미쇼(H. Michaux)가 1945년 이전에 쓴 작품들 속에 그려지는 폭력성과 잔혹성에 관한 연구이다. 미쇼가 문학 공간에서 보여주는 폭력의 문화를 살펴봄과 동시에, 그 폭력성의 유래와 대상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논문은 미쇼(H. Michaux)가 1945년 이전에 쓴 작품들 속에 그려지는 폭력성과 잔혹성에 관한 연구이다. 미쇼가 문학 공간에서 보여주는 폭력의 문화를 살펴봄과 동시에, 그 폭력성의 유래와 대상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쇼의 문학은 허구의 문학이 아닌 진실된 개인사를 참조하는 특이한 유형의 자서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쇼의 문학생애를 이끌어 주는 현실적 문제가 그의 문학 작품 도처에 전시되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요컨대, 추상의 문학을 통해 «반순응주의자»라는 인상을 주는 앙리 미쇼는 자신의 현실적 고뇌인 «뿌리에 대한 반감»과 존재론적 문제제기인 «불안정한 자아의 세계»를 문학영역에 옮겨 놓았다. 이 주제에 집중된 미쇼의 글쓰기는 강한 색채를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파괴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다. 미쇼의 문학이 파괴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미쇼의 문체가 현실의 보편적 언어의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창조하는 상상의 세계가 폭력의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보여주는 폭력성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 간략히 말하자면, 미쇼 문학의 폭력성은 태생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뿌리에 대한 혐오감과 그 뿌리에서 떨어져 나오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신의 근원과 단절하고 싶은 욕망은 현실적 근원의 주체인 가족, 국가, 서구 문명을 배반하고 거부하도록 하는데, 이 배반의 과정이 바로 폭력의 문화로 일궈지고 있는 것이다. 인류 문명의 시작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는 새로운 인류문명이 창조되고, 그 창조 과정 안에서 가족은 잔혹하게 - 하지만 익살스런 방식으로 - 파괴된다. 그렇지만, 결국 이 모든 폭력성은, 미쇼 자신의 반영이기도 한 작품 속의 «나»에게 전이되고, «나»는 결국 자신이 창조한 폭력의 대상이 되기까지 이른다. 인류 문명을 향해 던져진 폭력의 문화가 «나»에게 되돌아와 «나» 또한 파괴의 대상으로 드러내게 한다. 이는 분명, 현실세계가 규정하는 뿌리에서 분리를 꿈꾸는 «나»의 노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론적 정체성을 알아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나»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쇼는 «존재론적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불안정한 자아»의 모습과 «현실세계를 상징하는 사회적 의미의 정체성으로부터 분리되고 싶은 욕망»을 폭력이란 매개체를 가지고 나타내고 있다.